ADVERTISEMENT

노인과 소년의 우정 그린 '쁘띠 마르땅'

중앙일보

입력

늙으면 다시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노인과 어린이의 정서는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는 모양이다.

「시네마천국」(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에서 알프레도와 토토가 영화로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나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서 네마자데가 길을 일러주는 노인과 나누는 대화는 젊은이들의 사랑 못지 않게 감동을 준다.

9월 15일 개봉 예정인 「쁘띠 마르땅」(원제 Le Monde de Marty:마르티의 세상)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노인과 소년의 훈훈한 이야기를 그려낸 프랑스 영화. 외롭게 죽음에 한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두 사람이 병원에서 만나 두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을 엮어나간다.

노인병동 407호를 지키고 있는 전직 첩보원 앙투완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손가락 하나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자신의 이름과 아내(수잔) 이름밖에 기억해 내지못한다. 어느날 소아암을 앓고 있는 꼬마 마르티가 병실에 들어와 TV 위에 놓인 저금통을 털어가는데도 꼼짝없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재미가 들린 마르티는 날마다 찾아와 내 팔에 줄을 매단 뒤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간호사를 놀래주는가 하면 손에 억지로 카드를 끼워놓고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급기야는 병원에 떼를 써 병상을 앙트완 옆 자리로 옮긴 뒤 하루종일 수다를 떤다.

당돌한 침입자의 출현에 경계심을 보이던 앙트완도 점차 마음을 열고 무언의 대화를나눈다. 그는 눈을 끔벅거리는 것만 보고도 자신의 용케 속내를 알아맞히는 마르티가 기특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마르티는 수잔의 죽음으로 더욱 외로워진 앙트완을 휠체어에 싣고 탈출을 감행한다. 세상 밖으로 나간 둘은 앙트완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선술집을 들렀다가 바다를 찾아 얼마 남지 않은 생의 기쁨을 만끽한다.

`프랑스 국민감독' 뤽 베송이 발굴한 드니 바르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신인답지 않은 차분한 연출솜씨가 돋보인다. 관록의 배우 미셸 세로가 대사 한마디 없이 앙트완 역을 훌륭하게 해냈고 조나단 드뮈르케의 깜찍한 연기도 일품이다.

줄거리가 너무 밋밋하고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장면이 없어 자칫 지루함을 느끼기 십상이지만, 여름 내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메말라진 감성지수를 5%쯤 높일수 있다.(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