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최가온]중국의 인터넷 공간에 부는 변화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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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전세계 각국의 정부 단체와 정치인들의 SNS 가입과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SNS를 통해 형성된 여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2008년 대선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사실과, 2011년 중동 혁명 당시 여론을 형성한 것 역시 이들이었다는 것이 이를 검증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그 역할비중이 늘어가는 SNS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어떠할까?
중국 당국이 그 동안 보여준 모습들을 본다면, 여론통제에 대한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투브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몇 년 전부터 국가 방화벽으로 봉쇄하고 있는 상황이고, 공영 방송은 관영매체 위주의 언론들이 엄격한 보도 지침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언론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1년 언론자유 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총 196개 국가 중 184위로 이 사실을 검증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중국은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최근 중국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SNS 매체가 있다. 이용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웨이보(微博)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웨이보는 2011년 한 해 동안 이용자 수가 급증했는데, 지난 1월 중국인터넷정보원(中國互聯網絡信息中心)이 발표한 《第29次中國互聯網絡法杖狀況統計報告》에 따르면, 2010년 말과 2011년 말의 웨이보 사용 인구를 비교한 수치가 있다. 웨이보 총 사용인구는 6000만 명에서 2억5000만명으로 증가했고, 인터넷 사용 인구 중 웨이보 사용 인구의 비율은 13.8%에서 48.7%로 한 해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웨이보는 기존의 대중매체의 역할을 넘어서서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을 열었다는 평도 받고 있다. 2011년 한 해에만 정부가 재해 관련 기사를 왜곡했다는 의문제기부터, 과도한 시위 진압에 대한 현장 중계, 공무원들의 스캔들 폭로까지 여러 이슈가 끊이지 않고 중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또한 인민대표선거에서 기존 관행을 깨고 비공산당 후보 80여명이 출마를 선언하고 웨이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웨이보가 중국 정치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2011년 12월 《北京市微博客發展管理若干規定》을 발표함에 따라 베이징, 상하이, 톈진, 광저우, 선전 등 다섯 개 대도시에 처음으로 웨이보 가입시 실명을 사용하도록 하는 실명제를 도입한 것에 이어서, 전국적으로 그 규제범위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발전시키고 공공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휴대폰 이용자들을 기존의 방화벽만으로는 감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특별대책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정무와 관련해서 웨이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가행정학원전자정무연구중심이 발표한 《2011年中國政務微博客評告報告》에 따르면 2011년 말 정무관련 웨이보 개수가 총 5.05만개에 이르며, 이는 2011년초에 비해 776.58% 증가한 수치이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웨이보에 대해 채찍과 당근을 같이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력한 규제를 통해 정부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감시 및 통제하는 한편, 웨이보에 정부 계정을 등록해서 민심을 읽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정부는 각 부문 웨이보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정보도 제공하고, 네티즌들에게 익숙한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는 등 네티즌들과의 소통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정부가 이러한 방침을 통해 이 거대한 망아지를 길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정부가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관영언론의 오보나 스캔들 관련 소식들은 여전히 큰 이슈들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당국의 대처는 과연 알맞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국은 역사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 진시황은 외적의 침입을 두려워해 만리장성을 축조하도록 했고, 지식인들의 내부 반란을 두려워해 온갖 서적을 불태웠다고 한다. 그러나 천하를 통일했던 진나라가 2대에 이르러 망할 수 밖에 없었던 주된 원인은, 외적의 침입 때문도 아니었고, 지식으로 무장한 선비들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려 했던 진나라의 폭정에 있었다. 민심이 이미 정부를 불신하고 이미 돌아선 상태였기 때문에 진나라는 망국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중국 국민은 날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컴퓨터 보급률 뿐만 아니라 휴대폰 보급률의 증가를 통해 인터넷과 웨이보를 사용하는 인구가 청소년과 중장년층, 농촌지역과 저소득층 중심으로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입으로 주고받던 이야기를 이제는 강력한 첨단 도구를 통해 수많은 다른 이들과 끊임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을 것이다. 이것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그 많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웨이보를 차단한다고 해도, 제 2의, 제 3의 웨이보가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단순한 망아지라고 생각하고 대처했다가는 큰일 날 일이다.
때문에 방화벽과 실명제 같은 권력과 규제에 의존하는 대신 더욱 적극적으로 인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또한, 단순히 계정을 만들어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인민의 불만사항들을 접수하고 알맞게 문제해결을 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부와 당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정부에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억지로 불만세력을 억누르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중국 정부가 자국의 방화벽 '만리장성' 뒤에서 걸어 나와, 공정하고 당당하게 자국의 자유 여론을 등에 업고, 자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치세의 정점에 다다른 통일천하의 모습,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그들의 향후를 기대해본다.

최가온 북경대 광화관리학원 (sinopedia.p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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