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쥐락펴락…'힘'은 좀 빼고 책임 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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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22일 상장 폐지 위기를 딛고 13일 만에 거래가 재개된 LG카드는 거래 첫날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내수 회복 조짐에 따른 실적 향상 기대감으로 개장 직후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가 싶더니 '주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내용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들이 시장에 퍼지자 금세 꺾여버린 것.

지난 17일 화학업체인 케이피케미칼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개장 직전 한 증권사가 내놓은 '매도 의견'에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전날보다 7% 이상 빠졌다.

올 들어 애널리스트들이 종목 분석 보고서를 내놓을라치면 해당 종목의 주가는 큰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한 금융감독 당국과 증권 유관기관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말 동원증권 애널리스트와 해당부서 부서장 2명에 대해 각각 감봉과 견책 등의 징계 조치를 내렸다. 금융 당국이 부실한 보고서를 문제삼아 애널리스트들을 징계한 첫 사례다.

징계받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6월 한국타이어 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이 회사의 외국환거래법과 관련해 금감원에서 '무혐의 처리'돼 주가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부실한 리포트를 작성한 것이 결국 문제가 됐다.

앞서 증권업협회도 지난해 9월 협회에 등록한 애널리스트들만 조사 분석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조사 분석 자료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신뢰성이나 정확성은 그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한국증권학회 소속 중앙대 경영학부 김동순 교수는 지난 25일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사전 유출이 여전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증권사가 내놓은 목표 주가와 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들이 목표 전망치를 올리거나 내리기 20일 전부터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반면 발표 이후엔 주가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회사 차원에서 증권업협회에 일괄 등록하기는 했지만 사실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한국증권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부실하거나 이해가 상충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정도로 규제가 강하다"며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자신들이 내놓는 조사 분석 자료에 더욱 큰 책임감을 갖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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