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소변 지린 중년女, 여행 가잔 남편 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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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너무 흔해 병 같이 않게 생각하는 증상이 있다. 바로 요실금이다. 하지만 이를 겪는 당사자의 고통은 심각하다. 다 큰 어른이 소변을 못 가리니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여행은커녕 친구를 만나는 것도 두려워 항상 집에만 있게 된다. 요실금을 ‘사회적 암’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중년 여성을 외톨이로 만드는 요실금에 대해 알아봤다.

#주부 박정화(54·가명·서울 영등포구)씨는 꼬박꼬박 나갔던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올해는 빠졌다. 지난번 모임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가 자기도 모르게 바지에 소변을 지렸던 기억 때문이다. 이후 재채기를 하거나 크게 웃기만 해도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 심해졌다. 얼마 전엔 모처럼 가족끼리 단풍 구경을 가자는 남편의 제안도 거절했다. 몰래 여벌의 속옷을 챙겨야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김정자(68·가명·경기 남양주시)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장실을 오가는 습관이 생겼다. 손자들과 함께 놀다가 옷을 적신 이후부터다. 처음엔 나아지려니 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소변을 참지 못하고 옷이나 이불에 지리는 일이 잦아졌다. 김씨는 스스로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의기소침해졌다. 손자들도 그녀를 슬슬 피해 사는 낙도 사라졌다.

감출수록 커지는 고통, 요실금

요실금이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어나와 속옷을 적신다. 대개 임신·출산·노화로 요도와 방광을 지지하는 주변 조직이 약해지거나 방광이 지나치게 예민해지면서 생긴다. 남성(12㎝)에 비해 여성의 요로가 4㎝로 짧은 것도 요실금을 부추긴다.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여성 요실금 유병률은 평균 24.3%(2005년)다.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약 420만 명이 요실금 환자일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요실금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서도 병을 숨기려 한다는 점이다. 질병 특성상 민감한 부분과 관련돼 있는데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해 참거나 감춘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한국리서치에서 요실금을 앓고 있는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요실금 인식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0%가 요실금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다른 사람과 상담한 경우는 45%에 불과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정성진 교수는 “요실금을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돼 위생적·정서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전체 요실금 환자의 2% 정도만 요실금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감이 심해져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실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실금 환자의 16%는 우울증을 함께 겪고 있었다. 일반인 우울증 유병률(5%)과 비교해 3배 이상 높다. 요실금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다.

골반근육 운동·생활습관 지키는 것이 중요

요실금은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병이 아니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만일 증상이 심하다면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경미하다면 외출할 때는 요실금 팬티를 사용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최근 출시된 제품은 겉으로 표시되지 않도록 옷맵시를 살리면서 등산·자전거 타기 같은 활동적인 움직임에도 티가 나지 않는다.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케겔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골반근육은 방광 아랫부분과 자궁·질·직장을 지탱하는 근육이다. 대·소변이 새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에 똑바로 누워 양다리를 어깨 넓이만큼 벌린다. 아랫배와 다리에 힘을 빼고 항문을 5초간 조였다 천천히 풀어주는 과정을 15회씩 하루 3번 반복한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이규성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은 “요실금은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전문의와 상담을 하면서 적극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요실금 예방하는 생활습관

1 규칙적인 운동 유산소운동·케겔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골반 근육의 긴장도를 유지한다.

2 음식 조절 술·탄산·카페인·매운 음식·초콜릿 등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은 피한다.

3 다이어트 살이 찌면 배를 압박해 요실금을 악화시킨다. 적정체중을 유지한다.

4 변비 변비는 장내 가스가 차면서 방광을 자극해 복압성 요실금을 유발한다.

5 금연 흡연은 기침을 유발하면서 방광을 자극한다.

6 올바른 배뇨습관화장실에 가는 횟수를 보통 3~4시간 간격으로 유지한다. 하루 4~6회 정도가 적당하다.

[출처: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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