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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눈길 운전, 뿌리는 미끄럼방지제 효과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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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대표적 월동 장비인 스노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고무 재질이 부드럽고, 표면의 홈이 깊어 미끄러짐이 덜하다. [사진 브리지스톤코리아]

‘값비싼 스노 타이어, 꼭 달아야 할까’. ‘ABS·TCS·VDC 같은 첨단 안전장치는 과연 눈길에서 효과가 있을까’.

 자동차 월동 준비를 하면서 드는 궁금증이다. 올겨울은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내린 지난 겨울과 마찬가지로 추운 날이 많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겨울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첨단 제동장치의 특징과 효과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대표적인 월동장비는 스노 타이어다. 스노 타이어는 표면(트레드) 패턴이 일반 타이어보다 홈이 깊고 넓으며, 고무 재질은 더 부드럽다. 부드러운 고무는 접지면적이 넓기 때문에 빙판을 움켜쥐듯이 달릴 수 있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미끄러지는 거리도 짧아진다. 주로 쓰이는 ‘발포 고무’는 표면에 무수히 많은 기포가 있어 도로를 달리면서 수분을 날려보내 빙판길 미끄러짐의 원인인 수막현상을 줄인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올해 1월 조사에 따르면 스노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제동거리를 18.4% 단축하는 걸로 나타났다. 눈길에서 시속 50㎞로 주행하다가 급제동을 걸었을 때 스노 타이어를 끼운 차량은 31.4m 미끄러져 일반 타이어 차량(38.5m)보다 제동거리가 7.1m 짧았다.

 접지력이 크기 때문에 연료 소모는 당연히 많다. 가격이 일반 타이어보다 30%가량 비싼 것도 단점이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시에서도 아침 저녁에는 도로가 얼기 때문에 매일 운전대를 잡는 경우라면 스노 타이어 사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스노 타이어 수명은 3~5년이다. 겨울이 지나면 일반 타이어로 갈아끼운 뒤 스노 타이어는 보관했다가 다음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수입차 회사와 중대형 카센터 가운데 타이어를 맡아주는 ‘타이어 호텔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다.

직물 소재의 타이어 체인은 쇠사슬·우레탄 소재에 비해 가격은 30%가량 비싸지만 설치하고 해체하기가 간편해 여성이나 초분 운전자들이 선호한다.

 일반 타이어에 체인을 감아도 제동력을 개선할 수 있다. 체인을 감게 되면 시속 40~50㎞ 이하로 운전해야 하고, 설치 및 해체가 번거로운 게 단점이다. 특수직물로 만든 체인은 쇠사슬·우레판 소재보다 가격이 30%가량 비싸지만 설치가 간편해 여성 운전자들이 선호한다. 눈길에서 시속 50㎞로 달리다가 급제동했을 때 쇠사슬 41.4m, 직물 42.2m, 우레탄 44.1m 순으로 제동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어에 뿌려주는 미끄럼방지제도 제동 효과가 있다. 일반 타이어에 미끄럼방지제를 뿌린 경우 제동거리가 37.2m로 나와 이를 뿌리지 않은 경우(47m)보다 평균 9.8m(26.3%) 줄었다. 미끄럼방지제는 사용이 간편한 것이 장점이나 약 20~30분 지나면 제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장 보기나 자녀 학원 보내기 등 동네에서 짧은 거리를 주로 운행하는 주부들에겐 미끄럼방지제를 추천했다. 한 통에 1만원 안팎이다.

 주행 안전성능을 높이는 첨단 안전장치들도 있다. 잠김 방지 제동 장치(ABS)는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겨 미끄러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개발된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 브레이크를 1초에 8번에서 30번까지 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하면서 사람의 발로 조절할 수 없는 수준의 최대 제동력을 제공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은 눈길·빗길처럼 미끄러지기 쉬운 노면에서 차량을 출발하거나 가속할 때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구동력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타이어가 미끄러지거나 좌우 타이어의 회전수에 차이가 있을 때 겉도는 바퀴에 직접 제동을 걸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는 바퀴와 운전대, 가속페달 등에 부착된 센서가 차량의 방향, 운전대의 움직임, 바퀴의 회전을 비교해 미끄러짐이 예상되면 엔진 출력을 감소시키거나 각 바퀴에 필요한 힘과 제동력을 분배해 접지력을 높이는 장치다. 현대·기아차와 닛산은 VDC, BMW는 DSC, 지프는 ESP, 볼보는 DSTC 등 브랜드별로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박 책임연구원은 “VDC는 눈이나 빙판, 젖은 노면에서 주행 안정성능은 우수하나 제동거리를 더 줄여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첨단 안전장치를 과신하지 말고 눈길에서는 반드시 감속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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