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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경기부양책 국내 증시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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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의 내용이 많이 알려져 주가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상승의 재료가 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오히려 앞으로 나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주가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양책보다는 실적이 관건=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오히려 전날보다 0.38%(32.98포인트)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0.78%(10.2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보다는 8일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미국 주요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올 1분기 예상실적 발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에도 경기부양책은 주가를 장기간 끌어 올릴 만한 호재가 되지 못했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미 증시는 2001년 5월 1차 경기부양책 발표 직전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이후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3~7일까지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들은 8일 거래소시장에서 소폭 순매도로 돌아섰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경기부양책이 중장기적인 대책 위주로 마련된 만큼 단기간에 주가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증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배당금에 대한 면세방안도 주가에는 별 영향을 못 줄 것으로 보인다. CNNfn은 "지난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1.7%에 불과해 배당금에 대한 면세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적 호전도 어려워=다우존스 지수 편입 기업 중 앨코아가 8일 처음으로 4분기 실적과 1분기 전망을 내놓는다. 이어 인텔.램버스.야후.MS 등 국내 정보기술(IT)주에 큰 영향을 줄 미 기업들이 13~16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미국의 실적분석 기관인 톰슨퍼스트콜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2.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의미하지만, 지난해 10월 초의 예상치 19.9%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또 2001년 4분기 실적부진의 반사작용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아보이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이 같은 착시현상을 감안하면 미 기업들의 4분기 성적을 좋게 볼 수 없다"며 "여전히 미 기업들이 예상치에 못미치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튜브투자자문 김영수 사장도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썩 좋지 않고 올 1분기 전망도 크게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의 장사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라크 전쟁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투자에 나설 것 같지 않다"며 "당분간 국내외 주가는 일정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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