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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여왕' 이 '선수들 대모' 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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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에리사(Lee Elisa)는
▶ 출생=1954년 8월 15일 충남보령
▶ 체격=163㎝.60㎝
▶ 학교=문영여중-서울여상-명지대-명지대대학원(체육학 박사)
▶ 주요 경력=1970년 아시아탁구선수권 주니어부 개인단식, 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 단체전, 76년 서독국제오픈 개인단.복식, 독일 프랑크푸르트클럽 선수 겸 코치(80~84년),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84~87년), 아테네올림픽 여자대표팀 감독(2004년)

"여자를 시켜선 안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운영할 겁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게 서울여상 1년 때인 1970년. 35년이 지나 이번엔 촌장(제17대)으로 다시 입촌하는 그에게서 여전히 다부진 열정이 뭍어난다.

어느덧 희끗희끗 흰 머리가 눈에 띄는 51세 교수(용인대 사회체육과) 이에리사(Lee Elisa)씨. 그가 여성으론 처음으로 '스포츠 한국'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을 이끌게 됐다. 66년 선수촌이 문을 연 이래 40년 만의 사건이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도록 분위기를 바꾸고, 한편으로는 스포츠 과학을 접목한 체계적인 훈련으로 경기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아직 미혼인 그에겐 "탁구와 결혼했다"는 말이 늘 따라다녔다. 지금은 전설로 남은 탁구 실력과 탁구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 취임 후 첫 인선으로 그를 선수촌장에 앉힌 것도 그의 그런 경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탁구신동이었다. 문영여중 3학년이던 69년 국내 최고권위의 종합선수권에서 실업 선배들을 모두 꺾고 단식 정상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대스타 자리를 찜했다.

여고시절 3년을 포함해 77년까지 8년간 국가대표선수로 태릉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73년 사라예보(유고)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사상 처음 우승(단체전)으로 이끌었다. 숱한 우승 기록을 남기고 77년 은퇴한 뒤엔 국내외에서 오래 지도자 생활을 했다. 88 서울올림픽 때 현정화-양영자의 여자복식 금메달을 이끌어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2000년 3월 용인대 교수가 된 뒤에도 탁구와의 인연을 유지해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땐 여자탁구 감독을 맡아 선수들과 함께 살았다. 오늘의 '탁구강국' 명성 뒤엔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그가 흘린 땀과, 편견 없는 시원시원한 가르침이 배어 있다.

***체육회 사무총장에 김재철씨

그는 이날 김재철(59.전 전남행정부지사.사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김상우(51.전 국회의원)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명예총무와 함께 임명장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10위권을 지키는 책임을 떠맡은 사람들이다. 이날 세 사람 중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이 선수촌장에게 가장 많이 집중됐다. 여성이라는 점, 섬세한 감각과 풍부한 선수촌 경험, 체육학(이학)박사로서의 전문성이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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