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사령관 피살 … 불붙은 중동 화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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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정밀 타격으로 발생한 자동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 차에 타고 있던 무장세력 하마스의 아흐마드 알자바리 사령관은 사망했다. 오른쪽 두 사진은 이 차에 대한 폭격 장면으로 이스라엘군이 공개했다. [가자 로이터=뉴시스]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스라엘군은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속해 있는 가자지구를 30여 차례 공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사령관 아흐마드 알자바리(52)는 승용차에 정밀 타격을 받아 동승했던 다른 간부와 함께 사망했다. AFP통신은 이날 어린이·무장대원 등 팔레스타인 주민 1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도 공격이 이어지며 현재까지 이들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자위권 발동 차원”이라고 밝혔다. 작전에는 ‘방위의 대들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난 한 주 동안 이스라엘로 로켓포탄 100발 이상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필요할 경우 작전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즉각 로켓포를 이스라엘로 발사하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포탄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에 맞아 공중에서 폭파됐으나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15일 “남부 키르야트 말라히 마을의 아파트에 포탄이 떨어져 이스라엘인 최소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하마스와의 충돌에서 이스라엘인 사망자가 나오긴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이스라엘군이 휴가 금지 등 전시 상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미 가자지구 인근으로 부대가 이동한 데 이어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하마스 망명 지도자인 칼레드 메샬은 이스라엘을 ‘약한 적’이라고 지칭하며 “이번 싸움에서 완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에서 포탄 수백 발이 오가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2008년 12월 가자지구에 육·해·공 전면 공격을 가했다. 3주 동안 이어진 군사 작전으로 팔레스타인인 약 1400명이 숨졌다. 역시 하마스 소탕이 명분이었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유사하다. 둘 다 미국 대선 직후다. 2008년 당시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당선에 긴장해 팔레스타인 공격을 감행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인권을 중시하는 흑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향후 미국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을 우려한 선제적 행동이다. 

이번 공격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진행됐다. 이스라엘은 미 대선 때 사실상 공개적으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내부의 정치적 상황도 흡사하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총선을 두 달 앞에 두고 있다. 집권 세력은 달라졌지만 통상 대규모 군사 작전은 정권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4년 사이에 달라진 것도 있다. 가자지구 서쪽에 있는 이집트에 이슬람계 정권이 들어섰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 소속이고, 하마스는 이 단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조직이다. 무르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등 예전과 달리 이집트가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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