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임창용·신윤호 MVP 바라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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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원년 MVP 박철순(OB)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선정된 19번의 최우수 선수 자리를 14명의 선수가 차지하였다. 그 중에서 투수가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던 시즌은 불과 6번에 그쳤으며 그 영광을 안았던 선수는 박철순,최동원,선동렬(3번 수상),구대성등 4명에 불과하다.

반대로 홈런왕이 그 해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경우는 11번이나 될 정도로 그만큼 홈런왕이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점을 알수가 있다.

투수의 경우 어지간한 성적을 기록하지 않고서는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기가 극히 힘들다. 95년 이상훈(LG)이 5년만에 20승 투수로 탄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 홈런왕 김상호(OB)에게 최우수 선수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올 시즌도 치열한 홈런왕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호세(롯데)와 이승엽(삼성)에게 최우수 선수부문 후보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호세는 부진한 팀성적,이승엽은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팀공헌도로 인해 최우수 선수로 거론되기에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팀 성적과 공헌도를 놓고 본다면 삼성과 LG의 에이스인 임창용과 신윤호도 충분히 최우수선수 후보로 거론될 자격이 있다.

올시즌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하는 모험을 감행한 삼성의 임창용은 그야말로 제2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8월 23일 현재 다승 1위(13승), 승률 1위(0.818), 탈삼진 3위(113개), 방어율 4위(3.53)를 기록하며 구원을 제외한 투수 부문 전부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현재 갈베스와 김진웅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펼쳐진 22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투구는 그 역시 최우수선수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음을 확인 시켜주기에 충분하였다.

시즌 초반 팀이 여러 차례 선발요원 선정에 시행착오를 겪고 용병 토레스가 기량미달로 갈베스로 교체되는 와중에서도 임창용은 꾸준히 선발진의 한축을 지켜내면서 에이스로서의 제몫을 다해냈다.

삼성이 페넌트레이스 1위를 지켜내며 8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다면 임창용의 최우수선수 등극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임은 분명하다.

LG의 신윤호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신데렐라 같은 존재이다. 94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입단할 당시만 해도 신인 투수중 최대어의 한명으로 꼽혔던 그는 숱한 방황을 겪으면서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올 시즌 김성근 감독대행을 만나면서 그는 야구에 완전히 눈을 뜨게 되었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선발,중간,마무리가 완전히 허물어진 팀의 마운드를 거의 홀로 지켜내면서 팀을 4강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였다.

8월 23일 현재 다승 1위(13승),방어율 2위(3.15),구원부문 2위(22SP)를 달리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 본인이 구원왕에 등극한다면 93년 긴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최우수선수에 오른 삼성의 김성래 처럼 또 하나의 인간 승리 신화를 창조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20승 투수(95년 이상훈)조차 최우수선수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투수가 최우수선수를 차지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가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운동인 만큼 팀에 대한 공헌도를 감안하고 또한 극심한 타고투저의 상황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임창용이나 신윤호가 최우수선수에 등극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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