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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인물과 사건] 고객의 불평, 거기에 성공의 열쇠가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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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고객들의 불평, 가족의 이해, 언론의 평가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스타 요리사 샘 렁.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가장 싫으세요? 더러운 사람, 게으른 사람, 촌스러운 사람 등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투덜대는 사람’을 가장 멀리하고 싶어요.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아, 이건 또 뭐야?” “지금 나한테 이걸 하라는 거야?”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만큼 함께하기 힘든 사람도 없는 것 같아요. 투덜투덜 불평이 많은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의욕도 꺾어버리기 일쑤라서 정말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답니다.

며칠 전 신문에 ‘투덜이’를 싫어하는 선생님의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가 있었어요. 서울을 방문한 세계적인 요리사 샘 렁의 인터뷰 기사인데요. 제목이 ‘투덜대는 고객이 나를 스타 요리사로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어요.

싱가포르 최대 레스토랑 그룹 ‘퉁록’의 총 주방장을 지낸 샘 렁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국보급’ 요리사로 불린다고 합니다. 세계 미식가 대회 ‘최고 아시아 요리사상’을 세 차례, ‘올해의 셰프상’을 한 차례 수상했고, 중화권에서는 ‘모던 차이니즈 요리’의 선두주자로 불린다고 하니, 정말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요리사라고 할 만하네요.

그는 자신이 최고의 요리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로 ‘투덜대는 고객’을 꼽았답니다. “불평하는 고객들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서비스했더니 다시 그들이 찾아왔고 친구가 됐습니다. 그 뒤 또 찾아왔을 때 그 고객들은 내 팬이 됐지요”라고 이야기했네요.

여러분이라면 열심히 만든 요리를 향해 “맛이 없다”며 불평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 같나요? 아마 선생님이라면 정말 기분이 상해서 “맛 없으면 먹지 마라”고 상대방이 먹던 걸 빼앗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지만 샘 렁은 이런 불평이 있어서 좀 더 나은 맛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으니, 투덜이들을 자신의 진정한 스승이자 친구로 삼았다고 하네요.

샘 렁의 기사를 읽다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포용할 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싫은 것을 피하지 말고, 그것을 감싸 안으려고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더러운 것을 싫어한다면 남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고, 촌스러운 게 싫다면 따라 하기 쉬운 패션이나 값싸고 아름다운 옷을 보급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라는 겁니다. 여러분은 뭐가 가장 싫은가요? 어쩌면 가장 싫어하는 그곳에 성공의 열쇠가 숨어있을지 모른답니다.

이민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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