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니·후지쓰·샤프 日공장 줄폐업 "한국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소니가 공장을 닫고 철수한답니다.”

 일본 중부 기후현의 전자제품 공업지역 미노가모(美濃加茂) 시청은 지난달 19일 비상이 걸렸다. 지역 경제를 이끌던 소니가 느닷없이 공장폐쇄 결정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시청 직원들은 귀를 의심했지만 도쿄(東京)의 소니 본사에 확인해본 결과 날벼락 같은 소리가 사실로 확인됐다.

 미노가모는 일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기업 유치 우등생’이라는 평가를 받은 도시였다. 세계적 기업인 소니가 2001년 전자장비 제조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미노가모에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이 들어서면서 미노가모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 재정도 살찌울 수 있었다. 인구 5만5000명 중 2400여 명이 이 회사에서 일했다.

 이 공장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력을 띠면서 미노가모에는 ‘기업 조카마치(城下町·성 아랫마을)’가 형성됐다. 근대화 이전 지방영주였던 다이묘(大名)가 사는 성 아랫마을처럼 기업 유치에 성공한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번창했다. 하지만 이런 현대판 조카마치들이 줄줄이 기업경쟁력 약화의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

 파나소닉·샤프·후지쓰 등 일본 기업들의 국내 공장 폐쇄·축소 러시로 지역 경제가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키다현 니카호시에 15개 공장을 돌리는 전기·전자업체 TDK는 내년 3월까지 공장 6개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불똥은 지역 토박이 하청기업들로 튀었다. TDK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2개사는 최근 400명 이상을 해고했다. 이 여파로 이 지역 고졸 예정자의 취업률은 13.3%로 뚝 떨어졌다. 시 관계자는 “일자리가 줄면서 보육료와 급식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침몰은 한국에도 강 건너 불 같은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2일 ‘일본이 되는가(Turning Japanese)-한국의 기적은 이게 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경제성장 엔진이 꺼진 일본의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포린폴리시는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데다 인구 고령화까지 빠르게 진행되는 등 일본과 비슷하다”며 “국내총생산(GDP)의 75% 이상을 소수 재벌이 담당하는 취약한 구조로 지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경제자유 수준, 재산권 보장, 투자자 보호 등이 일본이나 대만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며 “그나마 이웃(일본)의 실패에서 배울 기회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은 “버블 붕괴로 큰 손실을 본 뒤 리스크를 피하는 쪽으로 일본 전체가 향하고 말았다”며 “기존의 사고 틀을 파괴하는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