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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단일화 룰싸움 다걸기 … ‘박원순 트라우마’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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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한 각 후보 협의팀 첫 회의가 13일 서울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안 후보 진영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금태섭 상황실장·조광희 후보비서실장, 문 후보 진영의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윤호중 선대위 전략기획실장·김기식 미래캠프 지원단장이 회의 시작 전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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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측 단일화 협상팀이 13일부터 룰 싸움에 돌입했다. 본격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양측은 ‘국민이 참여하는 단일화냐’(문 후보 측), ‘이기는 단일화냐’(안 후보 측)를 놓고 대치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에 ‘국민참여’를 가미하자는 협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게 수용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사례가 답을 보여 준다.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모델’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보다 이번에 진행되는 문재인·안철수 모델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후보(박영선)와 무소속 후보(박원순) 간 단일화 사례라는 점에서다. 당시 게임의 룰은 ‘여론조사 30%+TV토론 후 배심원단 평가 30%+현장 참여 경선 40%’였다. 지금 민주당의 요구처럼 ‘여론조사+α’의 혼합형 룰이었다.

 결과적으로 박원순 후보는 여론조사에선 18%포인트 차(박원순 57.7%, 박영선 39.7%)로 박영선 후보를 크게 이기고도 종합성적표는 6.5%포인트 차(박원순 52.15% 대 박영선 45.57%)로 신승했다. 배심원단 1400명이 후보들의 TV토론을 보고 선택하는 배심원단 투표도 여론조사 결과와 유사하게 박원순 후보(54.4%)가 박영선 후보(44.1%)를 10.3%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현장 참여 경선에서 벌어 놓은 득표를 까먹었다. 여기선 박영선 후보가 득표율 51.1%로 박원순 후보(46.3%)를 앞섰다. 참여 경선의 비중이 40%에 달했기 때문에 종합점수에서 격차를 확 줄인 것이다. 현장 참여 경선은 일종의 국민참여 방식이다. 박원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면 국민참여형 경선 룰 때문에 박영선 후보에게 패배할 뻔했던 것이다.

 현장 참여 경선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선거인단 1만7891명의 투표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당조직을 풀가동했다. 체육관 주변에 당원을 실어 나른 버스가 즐비했다. 개별적으로 투표장을 찾은 박원순 후보 지지자들과 대조적이었다. 그래서 ‘버스’와 ‘지하철’의 대결이란 말이 나왔다. 무소속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8%포인트 앞서고도 현장 경선을 도입했더니 격차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던 박원순·박영선 모델은 투표방식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다자대결에서 박빙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 참여 경선 같은 국민참여형 방식을 도입할 경우 승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무소속 후보가 국민참여의 전제인 선거인단 모집에서 조직과 경험으로 무장한 민주당을 당해 내긴 불가능하다는 게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사례가 보여 준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미 100만 명이 참여한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국민참여’의 노하우를 익힌 데다 이 과정에서 전국의 유권자 데이터베이스까지 확보했다. 안 후보 측이 ‘국민참여형 단일화’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다.

 민주당도 현장 참여 경선이 ‘동원 경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모바일투표·인터넷투표·우편투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뽑기로 했다가 오차범위 내에서 승패가 갈리면 진 쪽의 지지층이 순순히 승복하겠느냐는 말도 한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국민 참여 경선은 결국 민주당의 조직을 이용해 후보단일화를 하자는 뜻”이라며 “단일화 과정이 조직 대결로 비치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을 확장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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