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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서울 교통, 지하철 외 대안없다” 양택식 전 서울시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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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의 지하철 건설을 주도한 양택식(사진) 전 서울시장이 13일 별세했다. 88세.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철도청장·경북도지사를 지냈다. 1970년 4월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일성이 “지하철을 서둘러 건설해야 한다”였다. 극심한 서울의 교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하철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이었다. 철도청장을 지내며 얻은 믿음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선 처음 반대했다. “지하철을 건설하기 위해 차관을 들여오면 서울시는 망한다”고 말한 경제부처 장관이 있었을 정도다. 그는 설득에 나섰고, 결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주한 일본대사와의 친분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차관을 들여오는 데 성공하면서 지하철 계획은 새 국면을 맞았다. 71년 4월 공사를 시작해 74년 8월 1호선(서울역~청량리역)을 개통시켰다.

고인은 서울 지하철 개통 30주년이던 2004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하철 공사 기간 중 사고로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지금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시장으로서 74년 8·15 경축식을 주최한 고인은 문세광 저격 사건과 이로 인한 육영수 여사 서거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재임 4년간 고인은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영동지구(현 강남)의 구획정리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여의도광장(당시 5·16 광장)과 어린이대공원도 조성했다. 시장 퇴임 이후 대한주택공사 사장(75~80년)으로 재직하며 잠실 아파트 단지의 건설을 주도했다. 동서석유화학 회장과 서울시 시우회장을 지냈다.

 유족은 부인 이정화씨와 아들 원용(경희의료원 교수)·수용(미국 공인회계사)씨, 딸 정아·경옥·문희(삼영화학 디자인실장)씨. 빈소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101호실. 발인 15일 오전 7시. 958-9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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