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사' 의 주진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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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첫 시사회에서 주진모(27)는 눈물을 흘렸다.

촬영이 끝난 지 벌써 8개월. 지금쯤 `최정' 장군의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맘 속에서 그 친구(최정)가 떠나지 않고 있었단다.

"마지막 `최정'이 죽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라고요.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에서야 그 친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원ㆍ명교체기에 명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첩자로 오인받아 사막으로 쫓겨난 아홉명의 고려 무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무사」에서 주진모는 왕실의 경호대이자 검술의1인자 `최정' 장군역을 맡았다.

"난 명예롭게 죽고 싶었어. 그게 내 꿈이었어..." 비장한 그의 대사처럼 명예에죽고 명예에 사는 인물이다. 용맹함을 갖췄으나 인덕을 쌓지 못한 탓에 결국 부하들이 등을 돌리는 독불장군 스타일.

사막에서 낙오하는 자는 목을 치고, 음식을 훔친 부하를 혹독한 매질로 다스린다. 강한 이미지로 출발하지만 곧 밑바닥까지 추락해 허약한 내면을 드러내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하게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 굴곡 많은 인물이다.

또 정우성과 함께 원에 납치됐다 구출된 명의 부용 공주(장쯔이)에게 연정을 품고 삼각 관계를 이룬다.

"결국 사랑도 얻지못하고 전쟁에서도 패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죠. 제 성격이요? `최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없을 때는 더큰소리로 당당하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웃음)"

지난 99년 댄스영화「댄스댄스」로 데뷔한 그는 전도연, 최민식과 함께 출연한「해피엔드」로 작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김기덕 감독의 실험 영화「실제상황」에서 3시간 20분간을 단 한번의 호흡으로 연기해내는 배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다면적인 역을 소화해내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앞섰으리라. 촬영 기간 내내 25㎏가 넘는 갑옷을 입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액션 연기를 펼쳐야했지만 육체적 고통보다는 감정을 잡는 게 훨씬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타고난 외모가 `최정'의 섬세한 내면을 받쳐줬다. 김성수 감독은 주진모의 얼굴을 두고 "고전적이면서도 섬세하고 정서적인 면을 갖춘 얼굴", "어디에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근사한 얼굴"이라고 치켜 세웠다.

촬영이 끝날 즈음 그는 완벽한 `최정'이 돼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역과 대사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왔고, 감독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해답을찾았다.

중국어 대사가 유난히 많은 탓에 촬영 한두시간 전에 대사가 바뀌기라도 하면낯선 중국어를 외우느라 고생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렇듯 갖은 고생을 다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소원성취를 했다는 말도 빼놓지않았다. 그가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된 것은 김성수 감독의「비트」를 본 뒤부터. 정우성과 함께 연기해보는 게 그의 꿈이었다. 처음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시나리오도안보고 즉각 승낙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김희선과 함께 청춘 멜로물「와니와 준하」를 촬영 중인 그는 아직도 `최정'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NG를 낼 때가 많다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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