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 2등급 파장… 대한항공·아시아나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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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항공안전 2등급 국가 판정의 파장이 국내 항공사와 승객들에게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미국 항공사들로부터 제휴 중단 통보를 받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으며, 일부 승객들이 예약을 변경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웠던 국내 두 항공사는 경영상태가 더 악화할 것에 대비해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 제휴 중단.승객 불편=아시아나항공은 20일 "미국 7개 노선에서 코드 셰어하는 아메리칸항공이 항공안전 1등급 국가로 복귀될 때까지 코드 셰어(좌석 공유)를 중단한다고 지난 18일 통보해왔다" 고 밝혔다.

한국 노선에 직접 취항하지 않고 있는 아메리칸항공은 지금까지 LA.뉴욕.시애틀.샌프란스시코 등 4개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나의 항공권을 북미 지역에서 대리 판매해왔다.

또 LA~시카고, 뉴욕~워싱턴 등 7개 미국 국내선을 아시아나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측은 "이 조치로 대리 판매 및 좌석 공유가 중단됐다" 며 "승객부문에서 연간 1천2백만달러, 화물부문에서 4백만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18일부터 아메리칸항공편으로 예약을 마친 승객들에게 연락을 취해 아시아나나 다른 항공편으로 예약 내용을 바꾸도록 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과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을 구성하고 있는 델타항공은 지난 17일 대한항공 좌석을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 구조조정 가속화.주가 하락=항공업계는 고유가.고환율이 계속되고 국내외 항공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올 상반기에만 대한항공이 3천4백여억원, 아시아나가 1천5백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태에서 2등급 판정이란 직격탄까지 맞아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고 말했다.

올 초부터 10% 예산 절감운동을 해온 아시아나항공은 추가로 5~10%의 비용을 줄이기로 하고 부동산 매각 등에 들어갔다.

또 신규 인력 채용의 규모를 줄이거나 내년으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계획대로 노후 기종 4~5대를 매각키로 했다. 또 연말까지 자연퇴직을 포함해 직원 5백명을 줄이기로 하고 명예퇴직자를 접수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20일 대한항공 주가는 6천9백원으로 지난 주말 대비 1백20원(1.7%) 떨어졌고 아시아나항공도 1천9백70원으로 40원(1.99%)이 하락했다.

두 항공사는 원화 강세에 힘입어 지난 보름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오다 미 연방항공청이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내리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양선희.김준현.김창우 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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