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과부 ‘책가방 없는 교실’에 644억 헛돈 2조원 드는 ‘스마트 교육’ 또 밀어붙이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해온 교육정보화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는 가운데 교과부가 또다시 수조원이 들어갈 스마트교육 시스템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4년 도입 예정인 스마트교육은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교과서를 보는 것은 물론, 필기도 하고 다양한 학습 콘텐트를 검색할 수 있다고 교과부는 강조한다. 또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교사에게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4년간 2조2280억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3~6학년)는 2014년부터, 중학교(1~3학년)는 2015년부터 일부 과목(국어·영어·사회)을 디지털 교과서로 학습하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콘텐트가 빈약해 교사·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한 e교과서처럼 이 사업도 실패를 답습할 위험이 크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644억원을 쓴 e교과서 사업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학생들의 외면으로 포기 수순을 밟고 있다.

교과부 추산에 따르면 스마트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약 2조20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엔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1조1859억원) 등 기본 예산만 포함돼 있을 뿐 학습용 단말기 구입 비용은 빠져 있다. 스마트 교육을 전면 확대해 학생 전체(약 700만 명)에게 학습 단말(대당 50만원 예상)을 지급할 경우 3조5000억원의 돈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장의 미지근한 반응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금 교실에서 창조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스마트 교육 플랫폼이나 태블릿PC가 없어서가 아니다. 입시 준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클라우드 망부터 깔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

12월 대선에 나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캠프에서도 스마트 교육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의 전면 보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전통적인 교실 생태에 미치는 영향과 디지털 기기 활용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시대적 흐름이고 국가적 강점이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단계적으로 도입해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책가방 없는 교실’ 구현을 목표로 2010년부터 e교과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학교엔 서책형 교과서를 놔두고, 집에선 컴퓨터로 e교과서를 보면 아이들이 무거운 책가방에서 해방된다는 논리에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지난해부터 6개 학년(초등학교 3~6학년, 중학교 1~3학년)의 3개 교과목(국어·영어·수학) 교과서를 콤팩트 디스크(CD)로 만들어 배포했다. CD형 e교과서는 지난해 3200만 장(376억원), 올해 1학기에 1800만 장(268억원)이 각각 제작·배포됐지만 대부분 포장도 뜯지 않고 버려졌다. 경기도 고양시 A중학교 수학 교사 김성수(38)씨는 “서책형 교과서와 다른 점이 없어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미 수업시간에 수학 교육 소프트웨어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고 있고 좋은 콘텐트가 많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e교과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시흥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김모(33) 교사도 “서책형 교과서와 큰 차이가 없고, 특별한 콘텐트도 없는 데다 어떻게 쓰라는 것인지 안내도 없었다”며 “무조건 쓰라는데,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고 만든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거부감도 강하다. “컴퓨터를 켜면 게임이나 인터넷의 유혹이 있어 그냥 책을 보게 해야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장 반응이 차갑자 교과부는 e교과서 서비스를 2014년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교과부가 수년간 공들여온 에듀넷, 사이버 가정학습 등 기존의 교육 정보화 사업도 지지부진해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민간에서 만든 사이트에 비해 활용도가 낮아 빈사 상태로 빠져들고 있어서다. 이들 사업엔 지난해까지 각각 289억원, 1967억원이 투입됐다.

전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