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할 수 있는 중산층 시진핑 최대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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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왼쪽)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와 함께 중산층의 욕구 분출이라는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또 오바마가 ‘아시아 중심 외교’를 강화함에 따라 미국과 헤게모니 경쟁을 벌이게 됐다. [워싱턴 신화=연합뉴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8일 열린 중국공산당 18차 당대회 정치보고에서 “202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2010년 약 4400달러였던 소득 수준을 2020년에는 9000달러 선까지 높이겠다는 얘기다. 후 주석은 이를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적 진입’으로 표현했다. ‘인민들이 의식주 걱정 없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이다. 후 주석의 ‘샤오캉’ 약속은 곧 그만큼 중산층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호미 카라스 수석연구원은 현재 중국 중산층(하루 10~100달러를 소비할 수 있는 가구 구성원) 인구를 약 1억57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13% 수준이다. 그는 “2020년 중산층 인구가 약 6억7000만 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로 올라설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는 2020년 중간소득층의 인구 비율이 약 40%에 이를 것이라는 중국 국가통계국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중산층은 중국 공산당에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다. ‘부(富)’를 축적했다는 것은 지킬 게 많다는 뜻이다. 그들은 이제 국가가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는다. 게다가 신생 중산층들은 과거 노동자들과는 다르다. 고등교육을 받았고 권력 속성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들의 의견이 몰리는 곳이 바로 트위터 등 웨이보(微博)다. 3억 명에 달하는 웨이보 가입자들은 더 이상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눈감지 않는다. 자기뿐만 아니라 남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과감히 ‘노(No)’라고 외친다.

 대학 캠퍼스에서 자동차로 학생을 쳐 놓고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던 현지 경찰국장의 아들을 감옥으로 보낸 것도, 광둥(廣東)성 우칸에서 발생한 시위를 전국에 전해 결국 자유투표를 쟁취토록 한 것도 모두 이들 웨이보 가입자의 활약 덕택이다. 한 해 약 18만 건에 이르는 각종 시위 역시 중산층의 힘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식주 걱정 없는 중산층 인구가 늘고 이들의 정치의식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에는 도전이다. 중산층과의 충돌은 곧 사회 위기, 더 나가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민신페이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 대학 교수는 “공산당이 추진하고 있는 당내 자유투표 확대는 분파주의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당내 민주주의는 중산층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이 정치보고에서 ‘민생 우선’을 외쳤지만 권력을 넘겨받게 될 시진핑은 중산층을 키우면 키울수록 체제의 위협도 함께 높아지는 ‘중산층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샤오캉(小康·소강)=세상이 조금 안정됐다는 뜻. 샤오캉 사회란 국민 모두가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풍요로운 사회를 의미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국민 생활 수준을 샤오캉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다. 현재는 먹을 것 걱정 없이 배불리 먹는 ‘원바오(溫飽) 사회’에 도달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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