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일화 두 시선 … “노무현 감동 재연” vs “예고된 결혼일 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지난 6일 첫 회동에서 ‘1+1=3’을 만들자고 했다. 합의문에서 “새누리당의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은다” “양쪽의 지지자를 크게 모아낸다”고 했던 게 그런 취지다. 후보 단일화의 파괴력을 최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두 후보 캠프도 단일화 기대에 고무돼 있다. 단일화를 비난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7일 “비난과 질투가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도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우리 연대 흐름을 비난해 봐야 의미가 없다”고 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엔 2002년의 선례가 있다. 단일화가 불투명했던 그해 10월 말 본지 여론조사에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37.2%, 정몽준 후보 26.6%, 노무현 민주당 후보 18.4%로 ‘이회창 대세론’이 이어졌다. 단 정몽준·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더하면 45%로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단일화가 성사된 한 달 후 실제로 그렇게 됐다. 단일화 직후인 11월 26일 본지 여론조사에선 이회창 35.2%, 노무현 42.7%로 ‘1+1=2’ 효과가 나타났다. 대선을 한 달 가까이 앞두고 단일화가 가져온 대반전이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단일화는 그 자체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단일화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여론 주도권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일화가 예측불허로 전개될 때 그 관심도가 커지고 효과도 배가된다. 2002년 단일화 협상에 노 후보 측 협상단으로 참여했던 민주당 김한길 의원은 “단일화에서 지면 (그 책임을 지고) 미국 이민을 가려고 했을 정도로 피 말리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문·안 두 후보는 다자 대결에서 각각 24.1%, 27.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JTBC·리얼미터 5∼6일 조사). 이번에도 ‘합산효과’가 나타나면 단일후보 지지율은 50%를 넘는 셈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10년 전에 한번 해봤던 만큼 유권자들이 그때만큼은 반응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의 권영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예고된 결혼식에 국민 감동이 없다”고 일축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단일후보가 된 직후인 11월 26일 본지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를 7.5%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대선 결과에서 득표율 격차는 2.33%포인트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0년 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단일화를 경험하고도 대선 결과는 박빙이었다”며 “한번 해본 단일화가 이번에도 승리로 이어진다는 야권의 생각은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그런 우려가 나온다. 당시 협상을 지켜봤던 한 야권 인사는 “정 후보 지지층은 그해 여름 월드컵 열기로 급조된 측면이 많았다”며 “그래서 단일화를 거치며 정 후보 지지층이 노 후보 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단일화 이후에도 지지층의 통합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엔 각각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 지지세가 팽팽하게 경쟁하는 국면이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탈락할 경우 일부 이탈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두 후보 진영에서 솔솔 나오는 대선 후 신당 창당설도 지지층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 고위 인사는 “안 후보가 되면 민주당이 해체된다고 하고 문 후보가 되면 무당파가 어찌 나올지 모른다는데, 양측 지지층을 안심시키고 단일화 후 하나로 합치기 위해서라도 집권하면 서로가 동격이 되는 신당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