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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인하 후폭풍 … 제약업계, M&A·해외진출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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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내 제약업계가 변하고 있다. 지난 4월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값이 일괄적으로 인하된 뒤 매출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대형 제약사들은 지배구조를 보다 탄탄히 하면서 바이오 의약품을 추가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소 제약사들은 해외 복제약 제약사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등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날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공동 판매하면서 매출 하락을 무마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기업 체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중이다.

 대형 제약사들은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7일 바이오업체인 파미셀과 간세포 이상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그동안 파미셀이 개발해온 간 줄기세포 치료제는 현재 임상시험의 중간단계인 2상이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2016년 142억 달러로 예상되는 간질환 치료제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중외제약은 2009년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인 JW크레아젠을 인수한 이후 바이오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5일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 9.1%를 300억원에 인수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고, 녹십자는 지난 6월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인 이노셀 지분 23.46%를 150억원에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위해 현금이 필요했던 바이오 기업에는 든든한 ‘스폰서’가 나타난 격이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R&D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윈-윈’인 셈이다.

 단기 전략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을 강화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올 상반기 458억원의 수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256억원)에 비해 200억원 이상 수출을 늘렸다. 녹십자는 백신제제와 혈액제제의 수출을 늘리며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한 447억원의 수출을 기록했다. 유한양행도 에이즈 치료제의 원료 수출을 늘리면서 23% 성장했다.

 밖으로는 R&D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수출을 늘리면서 안으로는 지배구조 안정화에 애를 쓰고 있다. 동아제약이 내년 3월부터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를 비롯해 동아와 동아제약 등 3개사로 분리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예다. 이로써 국내 제약사 가운데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곳은 녹십자와 대웅·JW중외·한미 등 5개사로 늘었다.

 이에 비해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중소 제약사들은 해외 제약사에 지분매각을 통해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매출 600억원대의 근화제약은 지난달 19일 미국의 복제약 전문회사인 알보젠에 인수됐다. 알보젠은 근화제약의 지분 50.5%를 매입했다. 세계 복제약 1위 기업인 이스라엘의 테바가 국내 중소제약사를 인수합병(M&A)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테바의 M&A 대상으로 지목됐던 한독약품은 6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이스라엘 다국적 제약사 테바와의 인수합병 추진은 사실이 아니고 테바와 국내 합작회사 설립 가능성에 대한 예비협상을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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