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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투덜대는 고객들이 나를 스타 요리사로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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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객들의 불평과 가족의 이해, 언론의 평가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스타 요리사 샘 렁. [사진 싱가포르항공]

“불평하는 고객들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서비스했더니 다시 그들이 찾아왔고, 친구가 됐습니다. 그 뒤 또 찾아왔을 때 그 고객들은 내 팬이 됐지요.”

 싱가포르의 ‘국보급’ 요리사, 샘 렁(46)이 밝히는 스타 셰프 되기까지의 비결이다. 싱가포르 항공 국제 요리사 자문단(1998년 발족) 소속으로 이 항공사의 갈라디너 행사차 방한한 그는 6일 ‘고객과의 소통, 진심’을 성공 비법으로 설명했다.

싱가포르 최대 레스토랑 그룹 ‘퉁록’의 총주방장을 지낸 렁은 세계 미식가대회 ‘최고 아시아 요리사상’을 세 차례, ‘올해의 셰프상’을 한 차례 수상했다. 중화권에선 ‘모던 차이니즈 요리’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시험 공부가 싫었어요. 어쩔 수 없이 요리사인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당에 들어가 일하긴 했지만 2년 그저 놀고 있었죠. ‘그러다 어떻게 가정을 꾸릴 수 있겠느냐’는 아버지 말씀에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그가 열일곱 살 때 요리사의 길로 본격 들어선 계기다.

 아버지의 직업을 따르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 없지만, 그에겐 셰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요리에 빠져들면서 잠자는 5~6시간을 제외하곤 온종일 주방에서 지냈다. 기존 중국음식과는 다른 새 요리들을 개발하면서 두각을 보였다. 셰프인 태국인 아내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얻은 영감이 요리의 원천이 됐다. 일식이 가미된 ‘와사비 새우 구이’ 등도 그런 예다.

 그는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4가지를 꼽았다. 첫째 일을 이해해준 가족, 둘째 이끌어준 선배와 상사, 셋째 불평하던 고객들, 넷째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 언론이다. 이를 자신이 진 빚이라 여긴 그는 2년 전부터 “갚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0년간 일한 퉁록그룹을 떠났다. 더 좋은 자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를 위해 참아준 가족과, 바빠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 고객, 친구, 기자들에게 편하게 내 시간을 내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내가 가진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것이었고요.” 그는 아내와 함께 아내의 이름(포레스트)을 딴 레스토랑과 요리학원을 냈다.

 그는 요리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음식이 맛있다’는 칭찬보다 ‘내가 이런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게 더 기쁘다는 것이다.

 “좋은 재료를 찾아, 손님이 안 보는 주방에서, 정성껏 깨끗하게 준비하는 것에서 제 요리는 출발합니다.” 렁의 요리철학이다.

최고의 한국 요리로 삼계탕과 김치를 꼽은 그는 “삼계탕의 진하고 따뜻한 국물이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뒤져 서울 시내 유명 삼계탕집을 찾아가 줄을 서서 먹은 뒤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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