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낙숫물 소리가 시원하다. 기왓골 마다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모여 함께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 1백개의 못을 만들고 있는 백담(百潭) 계곡, 내설악 백담사에서 5일부터 8일까지 만해축전이 열렸다.
백담사는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의 시집 '님의 침묵' 의 산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를 기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총재 정대 조계종 총무원장) 가 연 '2001 만해축전' 에는 2천여명이 모였다.
올해로 5회째인 만해상 수상자는 고(故) 정주영씨(평화부문) , 백낙청 서울대 교수(실천부문) , 정영호 문화재위원(학술부문) , 이형기 동국대명예교수(시문학부문) , 정우 서울 구룡사주지(포교부문) . 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떼 방북의 장관을 연출하며 긴장의 휴전선을 남북대화의 통로로 개척한 공이다.
백낙청 교수는 1966년 계간지 '창작과비평' 을 창간, 문학 발전과 사회 민주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백교수는 수상소감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올곧은 마음 하나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근본이다. 만해 선생처럼 정의라면 죽기로 행하고 불의라면 어떤 위협 앞에서도 마다하는 실천이 필수적이다" 며 "우리 시대에 맞는 우리 자신의 노래와 삶을 슬기롭게 찾아나가자" 고 제안해 갈채를 받았다.
성장과 독재의 시대,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정회장과 그 반대편에서 독재에 맞섰던 백교수가 만해의 이름으로 같은 상을 수상했다.
백교수는 정의의 명분으로 '속좁은 외골수' 가 아니라 두루두루 어울려 좋게 사는 것이 이 시대에도 변함없는 '바탕 정신' 임을 만해의 이름으로 드러낸 것이다.
만해는 백담의 푸른 산과 산길, 물길을 걸으며 함께 어울려 살 '바탕 정신' 의 세상을 염원했다. 문인.학자.학생 그리고 정치인.승려 등 사회의 제각각을 떠맡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학술.문학 심포지엄과 고전음악.대중가요, 춤.시낭송이 어우러진 공연도 펼쳤다. 설악산 등산객들도 자연스레 함께 어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