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선두(43) 교수는 요즘 괴롭다. 장승업역의 최민식을 대역하는 데서 오는 연기의 어려움이 첫째요, 지금까지 그가 간직했던 화풍을 잠시 잊고 장승업에 몰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둘째다.
"주로 손만 열심히 나오고 있죠. "
김교수가 슬쩍 웃는다. 그는 최민식에게 먹갈기부터 집필법까지 한국화의 모든 것을 가르쳤다. 또 장승업이 일필휘지를 날리는 장면에선 최민식을 대신한다. 최민식이 화폭을 장악하는 붓놀림을 표현하기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고 했다. 지난달 '취화선' 크랭크 인 날에 공개했던 산수화 한편을 연습하는 데만 보름이 걸렸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있으면 임감독에게 1주일 전에 통보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림을 완벽하게 암기해야 생동감 있는 필선이 살아나는 것이다.
"저도 연기하는 기분입니다. 최민식이 장승업의 삶을 옮긴다면 저는 장승업의 화혼을 불러내야 하니까요. "
장승업과 같은 화가인 그에게 가장 큰 모험은 자신을 죽여야 한다는 것. 그림이 '비빔밥' 이 되지 않을까 가끔씩 걱정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풀.논.밭 등 풍경을 많이 그렸습니다. 올 2월부턴 백두대간을 순례하며 화제(畵題) 를 넓히려고 했는데 약간 차질이 생겼지요. 그러나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항상 거듭나려고 몸부림쳤던 장승업과 또 다른 비약을 다짐했던 저 사이의 공통점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
김교수는 최근 경주 촬영장에서 정일성 촬영감독이 웃통을 벗은 그를 보고 "뒤에서 보니 최민식과 많이 닮았다" 고 말할 정도로 최민식과 체형이 엇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