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회화·조각으로 만난 풍경, 그 역설적 거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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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소라, 풍경: 한 지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멀어지는 확산운동, 2012. [사진 삼성미술관 플라토]

현대 작가들에게 풍경은 고리타분한 장르일까. 아니다. 자연과 인간의 거리가 멀어진 시대, 풍경은 감춰진 실재를 파악하려는 욕망의 표현이자, 어려운 현실의 메타포로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가 8일부터 ‘(불)가능한 풍경’전을 연다. 풍경을 키워드로 한국의 현대미술가 14팀이 모였다. 회화·사진·조각 등 30점이 나온다. 사실적으로 재현한 듯 하나 풍경은 결국 예술가에 의해 선별·편집되는 역설적 거짓임을 보여주는 이불·이세현·공성훈, 풍경을 모티브로 시각적 탐구를 보여주는 김범·김홍주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예컨대 김소라에게 풍경은 포획이다. 로댕의 ‘지옥의 문’이 놓인 전시장 들머리에 그는 초대형 은박 휘장을 설치했다. 사냥꾼들이 멧돼지·까치·오리 따위를 포획하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준다. 정서영에게 풍경은 위험한 것이다. 전시장 복도에 구를 듯, 녹을 듯, 이질적인 눈덩이 모양 조형물을 놓아뒀다.

 또 강홍구에게 풍경은 덧없다. 그는 재개발 지역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군데군데 이어 붙이고 채색하며 이미 사라지고 없는 곳을 기념한다. 쓸쓸하고 폐허가 되고 지금은 존재조차 않는 곳을 회상하는 이 황량한 사진은 저 조선시대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를 닮았다.

 안소연 플라토 부관장은 “오늘날의 풍경화는 과거의 재현적 풍경화와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풍경’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3일까지. 입장료 일반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11월 한 달간 수능 수험생은 무료다. 1577-7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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