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옵션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것과 반대로 국산차는 옵션을 고급화하는 추세다. 중·대형차에만 제공하던 고급 옵션을 경·소형차로까지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출시된 SM3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장착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중형 세단인 SM5에 제공하던 옵션이다.
기아차는 K9에 탑재한 차량 원격제어장치 ‘유보’를 K3에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차를 타기 전에 시동을 걸고 온도를 맞춰놓을 수 있는 등의 기능을 한다. K3는 또 운전적 메모리 시트를 국산차 준중형급에 처음으로 적용하는 등 옵션을 고급화했다. 현대차 2013년형 아반떼는 운전대에 열선을 넣고, 전방 주차보조 시스템과 크루즈 컨트롤(정속주행 기능) 등 옵션을 늘렸다.
한국GM은 지난 8월 선보인 2013년형 쉐보레 아베오에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와 함께 안전편의 사양을 대거 기본으로 실었다. 쉐보레 ‘마이링크’는 쉐보레 글로벌 경차·소형차·준중형차에 적용될 신개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등 휴대기기와 연결해 쓸 수 있도록 했다. 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USB를 연결하면 저장된 음악·영화·동영상·사진 등을 7인치 화면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또 블루투스로 휴대전화를 연결하면 운전 중 안전하게 전화를 걸고 받을 수도 있다. BMW 뉴1시리즈 해치백과 도요타 프리우스 등에서 일제히 뺀 기능이다.
캐서린 시르비오 GM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콘퍼런스에서 “소형차도 대형차 못지않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채택하는 추세다. 모바일 기기를 늘 지니고 다니는 소비자, 특히 젊은 고객들에게는 정보기술(IT) 기기와의 연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소형차 성공의 핵심은 IT기기와의 연결 편의성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소형차와 경차는 옵션을 고를 수 있는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 고유가로 경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산차 업체들이 고객들이 좋아하는 옵션을 경차에까지 확대 적용하기 때문이다. 한국GM 경차 스파크는 운전자 체형에 맞춰 운전대 위치를 조작할 수 있는 ‘틸트 스티어링 휠’과 와이퍼가 얼지 않도록 하는 ‘와이퍼 결빙방지 열선’을 갖췄다. 기아차 1000cc급 경차인 모닝과 레이도 버튼 시동 스마트키, 열선 핸들,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같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옵션 고급화는 차 가격 인상을 가져온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옵션 품목을 하나하나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세트 메뉴처럼 구성된 옵션 패키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비싼 옵션 패키지가 차량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