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수위와 갈등빚는 網산업 민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철도.전력.가스 등 망산업(網産業) 민영화를 둘러싼 현 정부와 노무현 경제팀의 시각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민영화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기획예산처는 "공기업의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민영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무현 경제팀은 "공익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노무현 경제팀의 '신중론'=인수위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는 "망산업 민영화는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철도.전기.가스요금의 인상 가능성과 노동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망산업 민영화가 자칫 민간 독점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영화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면 노동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효석 제2정조위원장도 "현재 추진 중인 한전 민영화는 인수하려는 업체들에 여러 가지 조건을 추가하는 쪽으로 보완해야 하며, 법 통과도 안된 가스산업의 경우는 좀더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불가피론'=정부는 "공익성 문제는 이미 우리보다 앞서 망산업 민영화를 이룬 선진국들의 예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1990년대 전력 민영화를 한 영국은 요금이 20% 가량 내렸고, 80년대에 가스 민영화를 한 미국과 영국은 요금이 각각 40%와 20% 가량 인하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철도 영업적자는 93년 6백10억원에서 2000년에는 6천4백78억원으로 늘어났다"며 "내년 말 고속철도가 우선 개통(서울~대전)되기 전인 새 정부 초기에 철도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속철 운영도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가스는 장기간 가스공사에 의해 독점 수입되다 보니 경쟁수입을 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국내 가스값이 평균 10~20% 높은 게 현실"이라며 "국가가 계속 전력사업을 한다면 2015년까지 지금의 두배에 달하는 발전소가 필요하고 여기에 쏟아부어야 할 국민세금만도 40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망산업 민영화 일정=현 정부가 민영화 대상으로 잡았던 12개 공기업 중 8개는 민영화됐다. 마무리가 안된 4개가 한전.가스.철도.지역난방공사 등 모두 망산업이다.

대표적인 실패 케이스가 철도청 구조개혁이다. 정부는 철도청을 건설과 운영부문으로 분리한 뒤 철도운영회사는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에서 민영화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철도구조개혁법(2001년)은 아직 국회에서 법안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정치권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난방공사는 당초 국내 공모(36%)와 경쟁입찰(36%)을 거쳐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상장조차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민영화도 남동발전주식회사를 첫번째 민영화 대상으로 지정하는 데 머물고 있다. 가스산업은 지난해 말 산자부가 11개월째 표류해온 '가스산업 구조개편' 법안을 손질해 다시 국회에 올렸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입법을 보류해 또 무산됐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지난 5년간 현 정부가 추진한 4대 부문(금융.기업.노동.공공)개혁 중 가장 미진했던 것이 노동과 공공개혁 부문"이라며 "공기업 민영화는 새 정부 아래서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