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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장수시대] 질병보다 더 무서운 질병후유장애 ② "당뇨"

중앙일보

입력

30년 넘게 당뇨환자를 전문적으로 봐온 한 내과 전문의는 당뇨 환자들을 볼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냥 성격 꼬장꼬장한 남편을 만나 늘 밥을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라"거나 "늘 돈 벌어 달라고 귀찮게 구는 악처를 만났다고 생각하시라"는 말이다. 당뇨병은 완치가 되지 않으면서도 갑자기 긴급한 치료를 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평생 꾸준히 식사량을 조절하고 운동하고 약을 쓰는 방법뿐이다. 그래서 이 전문의는 좋아할 수는 없지만 헤어질 수 없는 배우자로 당뇨를 비유한다.

당뇨병은 신체 세포가 당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인슐린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질환이다. 세포에서 사용되지 못한 당이 소변으로 배출돼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당뇨병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유전적 원인도 있고 환경적인 원인도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성인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의 주원인으로 비만과 스트레스를 꼽는다. 비만은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게 만들고 과다 분비된 인슐린은 당분을 쓰지 않고 지방으로 변환해 체내에 축적시킨다. 이 때문에 비만한 사람은 더 비만해지고 결국 당을 체내에서 사용할 수 없게 돼 당뇨병이 된다.

당뇨병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 합병증이 문제다. 주로 혈관합병증이다. 눈 속에 망막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력이 떨어지는 망막병증이 발생한다. 또 콩팥(신장)에 영향을 줘 신장의 기능을 회복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신장이 상하면 평생 복막투석이나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 말초동맥에도 영향을 줘 주로 발가락 주위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족부 궤양이나 궤사가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다 심각해지면 심장혈관질환(심근경색증)이나 뇌혈관질환(뇌졸중) 등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당뇨병 진료환자 추이

한국의 당뇨 환자는 수년간 급증하고 있다. 201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62만명이던 당뇨환자는 2010년 201만명으로 4년 만에 23.9%나 증가했다. 합병증도 크게 늘어 2006년 대비 2010년 말초순환장애는 60%,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35.9%나 증가했다. 당뇨합병증은 이제 40대 한국인 사망원인 8위일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치료법은 곤궁하다. 최근에는 혈당수준에 맞춰 인슐린을 자동으로 공급해주는 인슐린 펌프 등이 이용되고 있다. 아직 실험실 수준이지만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당뇨병은 아직까지 완치할 방법이 없다. 합병증에 걸리지 않도록 혈당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을 조절하는 것. 제일병원 오한진 교수는 "체중이 감소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당 조절이 잘돼 합병증 발생이 적어진다"며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으면 얼마 정도의 당뇨병을 가지고서도 평생 동안 건강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합병증의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당뇨합병증 중에서도 신장에 장애가 생기면 장기간 힘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장기능이 저하되면 얼굴과 몸이 계속 부어오르고 몸속 노폐물을 제거할 수 없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4시간에 이르는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혈액투석을 하고 나면 온 몸에 힘이 빠지는 무기력증이 느껴진다.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신장이 더 나빠지면 장애인 복지법 상 장애2급 판정을 받게 된다. 이 때는 일주일에 세 차례나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직장을 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진다.

당뇨는 평생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질병인 만큼 장기간동안 경제적인 부담을 져야 한다. 합병증이 발생하면 이를 즉시 치료해야하고 위중한 합병증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중대한 질병에 대한 치료비도 확보해야 한다. 향후 질환이 장애로 발전될 것에 대비하려면 생활자금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뇨합병증은 오랫동안 가정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합병증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한 보험 상품도 있다. 삼성화재의 '무배당 삼성화재 통합보험 수퍼플러스'는 당뇨병 환자가 암이나 뇌졸중, 말기부전증 등의 합병증에 대한 치료비를 보장한다. 질병으로 인해 신장장애를 포함한 12대 장애 중 한 가지로 장애인 복지법에서 정한 1, 2급 장애 판정을 받으면 질병고도케어 생활자금을 지원한다. 1,2,3급 장애를 받으면 질병중증케어 생활자금을 보장한다. 합병증을 앓으면서도 가정경제를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는 마지노선을 긋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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