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뷰티업] 오일이 대세, 그렇다고 콩기름 바르진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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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취재현장에서 만난 스웨덴 여기자와 남성들의 화장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녀가 물었다. “잠자기 전 몇 가지 화장품을 쓰느냐”고. 때에 따라 다르지만 5~6가지 정도 쓴다고 했다. ‘토너(스킨)-에센스-아이크림-수분크림-수분팩’이 기본이고 가끔 영양크림 한 가지 정도를 추가한다고 답했다. 그의 눈이 정말 튀어나올 듯 커졌다. 본인도 뷰티 에디터지만 자기 주변에 그렇게 많은 종류의 화장품을 쓰는 남자는 전혀 없다고 했다. 자신도 스킨-로션-크림, 3단계 정도만 쓴단다. 충격을 받은 듯한 그녀에게 말했다. “한국 여성들은 7~8단계까지도 한다”고.

해외 매체 뷰티 에디터들과 이런 종류의 대화를 나누고, 또 깜짝 놀라는 표정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화장품 담당 기자로선, 그들에게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론 자랑스럽다. 제품에 관심을 갖고 깐깐하게 골라 쓰는 ‘대단한’ 소비자가 많은 한국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고, 그 어떤 나라의 뷰티 에디터들보다 더 많은 제품을 경험하고 더 많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사를 쓸 수 있어서다.

왕성한 소비력과 깐깐한 소비행태를 갖춘 한국 소비자들이 최근 꽂힌 건 오일 제품이다. 2~3년 전부터 윤기 있는 피부결, 촉촉한 화장 상태를 오래 유지해 주는 ‘연예인의 비결’로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은 제품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만도 어림잡아 40여 종에 이른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단위 용량으로 따지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제품들도 있다.

오일이 윤기와 지속성을 더해 준다는 건 ‘과학’에 가깝다. 오일이 피부를 반들반들하게 해 주니 윤기가 나는 거고, 촉촉한 기초 화장 위로 한번 덧씌운 보호막 역할을 해 주니 오래 지속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얘길 듣고는 ‘그럼 아무 기름이나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 꼭 있다. 찬장 속에 있는 콩기름·옥수수기름을 써 보면 어떨까. 답은 역시 아니올시다다. 화장은 조화의 예술이다. 기초 제품만 해도 5~6 단계를 거쳐야 하고 여기에 색조까지 더하면 13 단계에도 이른다고 하지 않나. 온갖 성분들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아름다운 얼굴’이란 작품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어떤 기초 제품을 썼을 땐 화장이 밀리고, 또 다른 경우엔 화장이 쏙쏙 잘 먹히는 그런 경험 다들 있으실 것이다. 그러니 화장이 하모니의 결정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페이스 오일 하나를 더할 때도 신중하게 합(合)을 고려해야 한다. 이게 지혜로운 화장이다.

오늘밤 11시 JTBC ‘뷰티업’에선 페이스 오일 제품이 뷰티 아티스트 6인의 깐깐한 시험대에 오른다. 어떤 제품이 혹독한 시험을 통과했는지는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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