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찾게 된 4살 꼬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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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안긴 부콕린이 병실에서 사고 전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헤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JK성형외과 5층 병실. 베트남에서 온 부콕린(4·남)이 간호사 누나들에게 서툰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곳곳에 수술 붕대가 감겨있지만 엄마(레티하·28) 품에 안겨 그저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부콕린은 베트남에선 ‘가정 폭력’의 상징인 아이다. 평소 도박과 술에 빠져 엄마를 폭행해온 아버지(32)가 지난해 4월, 부콕린의 온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버렸다. 몸의 65%가 3도 중화상을 입었다. 얼굴 전체는 물론 귀까지 손상됐다. 아버지는 살인죄로 기소돼 2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은 베트남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베트남의 기업과 단체의 후원금이 이어졌다. 20~30차례 피부 재건 수술을 받았지만 왼쪽 눈꺼풀은 감기지 않고, 입도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베트남 방문 중 이 사연을 알게된 JK성형외과(대표원장 주권) 최항석 원장이 부콕린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3개월에 걸친 수술은 물론, 완전히 성장이 끝나는 20대까지 계속 초청해 치료해주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병원 의료진은 ‘자가골수유래줄기세포’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부콕린을 수술했다. 본인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 이를 손상된 머리와 얼굴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하는 방법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수술비만 해도 1억원이 넘는다. 줄기세포치료제와 허벅지에 이식한 피부는 국내 한 생산업체가 무료 제공했다.

 수술대에 누운 부콕린은 “무섭지 않다”면서도 눈물을 뚝뚝 흘려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한다. 수술은 잘됐다. 딱딱하게 굳었던 피부가 한결 말랑해졌다. 부콕린은 사고 전 찍은 사진을 보며 “전처럼 귀여워져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땀구멍이 타버린 부콕린에게는 서늘한 한국의 가을날씨가 베트남보다 오히려 잘 맞는다. 어머니 레티하는 “어린 부콕린의 웃음을 돌려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고향 탄호아성(省)에 대홍수가 났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아이를 키우기도 버거운데 농사까지 망쳐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현 기자 <2str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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