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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섹션 자문단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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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새해를 맞아 어떻게 하면 여유있는 살림을 꾸려갈까, 좀더 많은 재산을 모아볼까 궁리하는 가정이 많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 넉달간 중앙경제 '살림' 섹션을 통해 중앙일보 독자들 가정의 재무생활을 진단.상담해온 자문단 중 일곱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새해에 달라진 재테크 환경을 꼼꼼히 점검하고 올바른 대처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변화된 시장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노력과 함께 온 가족이 한 마음으로 자기 가정의 재테크 목표를 추구해 나간다면 '부자 가정'의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년엔 서민의 재테크를 둘러싼 환경에 이런저런 변화가 많았다. 흐름을 짚어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

▶김인응=부동산 시장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한 해였다.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돼 가격이 급상승했다. 특히 대형 아파트일수록 수익률이 높았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연 24%에 달했다. 부동산 다음으론 주식이 편입된 간접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높았다. 비과세 근로자주식저축의 경우 연 14~15%였다. 한편 채권형 펀드는 7%,은행예금은 4%대의 수익률을 보였다.

▶김대환=지난해 역시 예년과 다름없이 재테크 관련 전문가들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연초에 전문가들은 주가와 금리는 상승하고 부동산 시장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론 주가지수가 600대까지 내려갔다. 머잖아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며 단기로 자금을 굴리라는 조언이 연초에 정설처럼 나돌았지만 저금리가 연중 내내 유지됐다. 전문가의 조언을 곧이곧대로 듣고 예금을 단기로 굴린 사람들만 손해를 본 셈이다.

▶전기보=재테크라는 개념이 사회 전면에 본격적인 화두로 등장한 첫 해가 아니었나 싶다. '부자 되세요'라는 CF나 '부자 아빠'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 시리즈가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 그 방증이다. 이전엔 재테크라 하면 대개 부자들 얘기로 치부했지만 이젠 서민들도 재테크를 남의 일로 보지 않게 됐다.

▶조경만=한동안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도 지난해에 일어난 주요 현상이었다. 구조적으로 재테크의 틀이 바뀐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은행을 선호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수록 은행 위주의 재테크에서 탈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은행을 탈피하라니 좀더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김인=은행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상태가 계속된다면 은행이 정기예금만 팔아선 먹고 살 수 없게 된다. 은행들의 주력 상품이 제휴 금융회사의 간접투자 상품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우리 국민은 정기예금 70,간접투자 30의 재테크 양상을 보이는 반면 선진국은 간접투자 70,정기예금 30의 비율이다. 우리도 차차 이런 식으로 변해갈 것이다.

▶한상언=지난해부터 서서히 저축과 투자의 개념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저축만으론 안된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진 듯하다.

▶이선화=종신보험이 붐을 이루면서 만기에 얼마씩 환급받는 보험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이 보험 본연의 기능은 보장성에 있다는 점에 눈을 뜨게 된 듯하다. 또 변액보험이 나오면서 보험에 투자의 개념도 가미되기 시작했다.

▶남정현=이전엔 보험이라면 주변 친지의 권유로 억지로 든다는 인식이 많았다. 종신보험으로 인해 보험을 자기 필요에 따라 든다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하지만 종신보험조차 여전히 주변의 권유로 몇 개씩 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과도기적 현상이 아닌가 싶다.

-새해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나. 예상은 빗나가게 마련이라고 했지만 꼭 알아두어야 할 추세는 있을 듯한데.

▶김인=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조치가 경기를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금리는 상반기 이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 같다.

1998년에 지은 대형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하반기부터 시작되면서 공급물량이 많은 지역은 시세가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 오피스텔도 형편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강북 재개발 지역 등은 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새해에도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금리 상승을 염두에 둔 재테크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하반기에 1백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공급된다고 하니 정부의 투기 억제책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면 지난해만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정부에서 금융 업종별 장벽을 철폐하는 조치를 실시하는 것 역시 큰 변화라 할 만하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도 보험을 팔게 된다. 부동산.주식 등 단독 상품이 아니라 혼합형 금융상품이 많이 나올 것이다. 고객들도 그같은 시장의 변화에 맞춰 적응해 나가야 한다.

▶김대=새해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기업들의 투명성과 수익성이 높아졌다. 주식시장은 모름지기 숲보다 나무를 봐야 한다. 투자자들은 증시 전체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우량 대표주들의 가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올라갈 것이다. 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는 간접투자 상품의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그러면 주식.채권 시장으로 돈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채권 시장은 이미 비대해진 상태이므로 주식 쪽으로 상당한 돈이 흘러가게 될 것이다. 그만큼 증시가 좋아지는 계기로 작용할 듯하다.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로 인해 보험 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예정대로 올해 8월부터 방카슈랑스가 시작되면 소비자들은 금융 쪽에서도 유통망 확대로 인한 혜택을 쏠쏠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엔 사이버보험회사나 텔레마케터(TM) 등을 통한 보험 가입도 많이 늘고 있다.

이처럼 보험을 파는 창구가 다양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협상력을 갖게 된다. 소비자들이 싼 값에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방카슈랑스로 은행에서 첫 판매하는 상품은 연금보험이다. 이전보다 소비자들이 노후에 대비한 연금보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또 기업들이 카페테리아 플랜(선택적 복리후생 제도)을 실시하게 되면 근로자들도 각종 보장성 보험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한편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의 업무 경계도 무너진다. 생명보험사에서도 실비 보상을 해주는 보험상품을 팔 수 있고 손해보험사에선 단기상품뿐 아니라 장기 상품까지 팔게 된다.

사회.정리=신예리 기자

<좌담회 참석자>

전기보 교보생명 플러스 팀장
한상언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팀 재테크팀장
김인응 우리은행 재테크 팀장
김대환 미래에셋 삼성역 지점장
조경만 엉클조아카데미 대표
남정현 푸르덴셜생명 세종지점 부지점장
이선화 마쉬코리아 과장
(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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