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 약물에 멍든 女 5,000m 대결

중앙일보

입력

육상 장거리의 여왕 가브리엘라 스자보(루마니아)의 세계선수권대회 5,000m 3연패의 길목에 라이벌의 약물 문제가 장애물로 등장했다.

스자보는 대회 개막 전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고 있는 올가 에고로바(러시아)가 대회에 나오면 자신은 함께 뛰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국제육상연맹(IAAF)이 2차검사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6일(이하 한국시간) 에고로바의 출전을 허용한 것. 따라서 스자보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5,000m 3연패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올시즌 실내선수권대회 3,000m에서 지난 6년간 이 종목에서 연승행진을 해 온스자보를 누르고 우승한 에고로바는 지난 7월7일 파리에서 열린 골든리그에서 체내 적혈구의 산소 보유량을 증가시키는 지구력 강화제인 EPO에 양성반응을 나타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8위에 그치는 등 세계무대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에고로바가 올들어 갑자기 기량이 급성장했던 터라 그의 약물 복용 의혹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IAAF 규정상 `EPO 복용은 2차례의 소변 검사에서 최종 확인한다'고 돼있어 2주 후에나 2차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IAAF로서는 대회 출전을 허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대회 직전 기자회견에서 "약물 복용 사실이 확실한 에고로바와 함께 레이스를 펼칠 수는 없다"고 밝혔던 스자보는 현재 10일 열리는 5,000m 출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태다.

다만 그의 매니저는 "지금은 스자보가 출전하고 있는 1,500m에 최선을 다할 때"라며 "1,500m가 끝나면 스자보와 상의한 뒤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고로바는 약물 복용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5,000m에서 선전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최강' 스자보의 거취에 세계 스포츠팬들의 눈이 모아지고 있다.(에드먼턴=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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