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이봉주 "허벅지 경련 때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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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해주신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다음에 더 잘하겠습니다. "

지난 4일(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생애 처음으로 기권한 이봉주(31.삼성전자.사진)는 '다음' 을 기약했다.

중반까지 선두그룹을 선도하던 이선수는 1차 승부처로 삼았던 26㎞ 오르막에서 갑작스런 왼쪽 허벅지 경련으로 31㎞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 1990년 풀코스(42.195㎞) 데뷔 이후 26번째 대회 만에 기권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제패 이후 4개월 만에 레이스에 나선 것이 큰 패인이었다. 이선수는 지난해 10월 시드니 올림픽을 포함, 10개월 동안 4개 대회에 참가했다.

평균 2개월반마다 풀코스를 뛴 셈이다. 완주 이후 보통 3개월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선수는 의욕에 앞서 무리수를 뒀다. 실제로 이선수는 이번 훈련 도중 발가락 염증과 허벅지 경련 등 무리한 일정으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섭씨 28도를 웃도는 더위와 해발 7백m의 난코스도 한몫 했다. 이날 이봉주 외에도 우승예상 1순위 조세파트 키프로노(케냐), 세계 최고기록 보유자 할리드 하누치(미국),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시아 투과니(남아공) 등도 기권, '지옥의 레이스' 였음을 증명했다.

이선수는 "어떻게든 완주는 하고 싶었는데 계속 뛰다가는 부상이 심해질 것같아 어렵게 기권하기로 결정했다" 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이봉주는 7일 귀국 후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게자헹 아베라(에티오피아)는 골인지점 1백여m 앞에서 막판 스퍼트, 사이먼 비워트(케냐)를 1초차로 따돌리고 2시간12분42초로 우승했다.

임진수(코오롱)는 지난달 타계한 고(故) 정봉수 감독을 추모하는 검은 리본을 달고 출전, 2시간23분16초(22위)로 첫 국제대회 완주에 성공했고, 김이용(상무)은 54위(2시간33분28초)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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