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한국 마라톤, 세계선수권과의 계속된 악연

중앙일보

입력

한국 마라톤이 세계선수권대회와의 악연을 이번에도 끊지 못했다.

한국은 4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에이스 이봉주(삼성전자)가 허벅지 근육 경련으로 중도에 포기하고 임진수(22위.코오롱)와 김이용(54위.상무)이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13일 열리는 여자마라톤의 윤선숙(서울도시개발공사)이 남아있긴 하지만 세계수준과는 엄연한 격차가 있어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사실상 첫 메달의 꿈을 접어야 할 판이다.

한국은 87년 로마대회에서부터 줄곧 대표급 선수들을 파견해 왔지만 93년 슈투트가르트 대회에서 4위에 오른 김재룡을 제외하면 아무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부진을 보였다.

지난 대회까지 세계선수권대회가 여름에 열려 기록 경신도 어렵고 상금도 없어스타급 선수들이 출전을 기피해왔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 대회만 오면 이상하리만큼 맥을 못추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대회만 놓고 보자면 부진한 성적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10위안에 3명이나 포진시킨 일본이 지난 5월 일찌감치 선수를 선발한 것과는 달리 한국은 6월에야 대표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물론 이봉주와 김이용은 세계선수권대회 참가가 발표 이전부터 확정적이었지만임진수같은 경우는 경기를 두 달도 남겨 놓지 않은 6월 초반까지도 출전이 불투명했던 것.

마라톤 풀코스 한 번을 뛰려면 적어도 석달 이상의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5월 이후 특별한 마라톤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발표를 미룰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마라톤 선수층이 엷다는 데 있다.

한국은 몇 년째 내세울만한 선수라고는 이봉주와 김이용 등 두 세명 뿐이지만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한 아부라야 시게루와 9위의 니시다 다카유키 등이 마라톤 경험이 두 세번밖에 없는 신예들인 것에서 보듯 매 대회 대회마다 새로운 스타가 배출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저력은 백여개가 훨씬 넘는 실업팀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도 실업팀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꿈나무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는 등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진지한 고민을 해야할 것으로보인다. (에드먼턴=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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