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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건강까지 해치는 ‘길거리 담배’ 이제 그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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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금연구역 단속전담요원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강남대로 길거리 금연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 앞서가는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맡게 되면 무척 불쾌해진다. 지난 3월에는 서초구가 강남대로를, 9월에는 강남구가 영동대로와 코엑스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간접흡연이 얼마나 몸에 나쁜지에 대해 알아봤다

“보행자들의 담배연기가 창문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죠. 아이들이 담배 연기를 그대로 맡게 되는 거예요.” 서초구의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오선미(33)씨에게는 어린이집 주변 금연구역 지정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그 동안 어린이집은 대부분 실내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간접흡연으로부터의 보호장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현재 오씨가 아이를 보내는 어린이집은 주변에 점포들이 밀집해 있어 보행자들이 무심히 피우는 담배 연기에 어린이들이 그대로 노출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염려가 줄었다.

  지난달 15일 서초구는 어린이집 178개소와 유치원 23개소 등 총 201개의 보육시설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건축물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의 도로법에 의한 보도나 차도가 금연구역이다. 담배 연기가 어린이집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구내 어린이집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단속에 걸리게 된다.

  이에 앞서 5개월 전에는 강남대로 일대가 금연거리로 지정이 됐다. 강남역과 양재역 일대의 강남대로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1만3000여명에 달하는 곳이다. 보행인 밀집지역인 만큼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일명 ‘보행 흡연’ 인구의 수도 그만큼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강남역 9번출구에서부터 신논현역 6번출구까지 934m 구간과 양재역 일대 315m 구간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5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 같은 금연구역 지정의 효과는 상당했다. 지난 8월 23일부터 31일까지 서초구가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68.5%가 금연구역 지정 이후 환경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30.6%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그렇다면 간접흡연은 왜 몸에 나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담배연기를 간접적이나 수동적으로 흡입하게 되면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주류담배연기와 비주류담배연기라는 2가지 흡입 가능성이 발생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연기를 흡입한 후 다시 내뿜는 연기가 주류담배연기고, 담배 끝에서 직접 발생하는 연기가 비주류담배연기다.

  한 사람이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이 비주류담배연기에 직접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주류담배연기에 비해 발암물질이 더 많이 섞여있고 일산화탄소 농도도 높아 몸에 해롭다.

간접흡연, 어린이 암 발병 100배 증가

어린이와 태아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감기나 기관지염에 감염될 확률이 2배 정도 높아지고 암에 걸릴 확률은 100배 이상 높아진다.

  담배 자체가 몸에 미치는 영향도 파괴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종영 교수는 “흡연은 폐암이나 인후암과 같은 여러 가지 악성 종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중풍의 중요한 유발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바로 흡연이다”고 경고했다. 중풍은 아직도 단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병으로, 반신불수와 같은 증상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무서운 병이다. 담배를 끊음으로써 이런 질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심장질환이나 중풍과 같은 매우 위험한 질병의 공통점은 혈관의 노화에 의한 것이며 혈관노화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이 금연이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과 주변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습관과 중독이라는 두 가지 요인을 명확히 알고 자신의 행동요법을 고쳐 나간다면 금연도 결코 먼 길이 아니다”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글=김록환 기자
사진=서초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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