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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등극’ 길 3재 담배·이념·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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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일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7중전회)를 시작으로 중국이 시진핑 시대를 여는 공식 권력 승계 절차를 밟는다. 사진은 지난 8월 베이징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접견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 [베이징 AP=연합뉴스]

요즘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유행하는 퀴즈 하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희토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보석.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시 부주석 친인척 재산이 희토류 회사 지분 등 3억7600만 달러(약 4099억원), 원 총리 가족 재산이 보석 등 사업으로 27억 달러(약 3조원)에 각각 달한다는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 보도를 풍자한 것인데 리 부총리까지 풍자 대상에 합류한 것이다. 네티즌들이 제시한 답은 ‘담배’다.

 이처럼 당대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국가 지도부 3인방이 부패의혹을 받으면서 시 부주석 중심의 권력승계가 가시밭길이 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30일 미 정부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내부 보고자료를 인용해 “리 부총리의 친동생 리커밍(李克明)이 국가연초전매국(國家烟草專賣局) 부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담배 생산과 판매를 독점 관리하는 연초전매국은 중국 최고 국유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리 부총리 관리 아래 있다. 지난해 중국의 흡연인구는 3억 명(전체인구의 24%)이며 담배 판매액은 1조8000억 위안(약 314조원), 순익은 1000억 위안이다.

 리청(李成) 브루킹스연구소 중국문제 연구원은 “리 부국장의 형이 부총리인데 담배 생산과 판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될 리 없고 부총리 가족이 폭리를 취하는 담배판매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일까지 계속될 7중전회에서 논의될 당 지도이념을 둘러싼 좌우파 대립도 시 부주석의 고민거리다. 공산혁명 사상에 충실하자는 좌파는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당장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우파는 시대논리에 맞게 빼자는 입장이다. 이 같은 좌우 대립은 좌파의 대부 격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지난 3월 실각 이후 계속됐고 원 총리 기사는 물론 리 부총리 기사의 배후에도 좌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부주석의 또 다른 골칫거리는 당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출현하는 당 원로들이다. 자신의 수족들을 요직으로 보내려는 세 과시라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1일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를 지낸 리란칭(李嵐淸·80)이 쓴 장쩌민(江澤民·86) 전 국가주석 찬양 글을 실었다. 중국에서 원로들의 공개활동과 언론 보도는 그 자체가 권력으로 여겨진다. 장 전 주석은 10월 22일에도 베이징(北京) 국가 대극원에서 태자당(太子黨)의 좌장인 쩡칭훙(曾慶紅·73) 전 국가부주석과 함께 오페라를 관람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리펑(李鵬) 전 총리가 모교인 옌안(延安)대에 300만 위안을 출연, 장학기금을 설립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공개활동을 자제했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도 지난달 24일 모교인 칭화(淸華)대 경영관리학원 자문위원회 명예주석 자격으로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자문위원회에 참가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듯 인민일보 인터넷 매체인 런민왕(人民網)이 시 부주석을 거들고 나섰다. 런민왕은 최근 신정치관(新政治觀)이라는 평론을 통해 “당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이에 근거한 새로운 지도이념을 만들어야 당과 국가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이 계파나 이념 간 갈등으로 대립해서는 안 되고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개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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