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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지팡이 짚지만, 전 아흔까진 달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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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흔까지는 달려야죠.”

 4일 열리는 2012 중앙서울마라톤(잠실~성남 순환코스)에 출전하는 류지은(80·사진) 옹의 희망이다. 그는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인 마라톤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째. 그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뛸 요량이다. 류 옹은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할 수 있다면 계속 달리겠다”고 했다.

 그는 우연찮게 마라톤에 입문했다. 2002년 건강 유지를 위해 가벼운 조깅을 시작한 게 인연이 됐다. 그러다 거리를 점점 늘려나갔고, 다음해 10㎞ 경기에 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풀코스를 뛰어봐야 마라톤을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주변의 말도 자극이 됐다.

 2009년 첫 풀코스 도전. 그는 거의 탈진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4시간54분으로 일반인 완주 기준기록인 5시간을 넘기지 않는 좋은 기록이었다. 류 옹은 “힘들었지만 완주하고 난 뒤의 쾌감은 뛰어본 사람만이 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류 옹은 2010년부터는 중앙서울마라톤 풀코스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4시간49분대의 기록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건강과 젊음. 그가 마라톤에 빠진 이유는 이 두 가지 때문이다. 그는 한 해 평균 대여섯 개의 풀코스 경기에 참가할 정도로 열렬한 마라톤 마니아다. 류 옹은 “친구들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 나는 뛰어 다닌다”고 했다. 그는 또 “대회에 가보면 나보다 젊은 사람들만 있지만 같이 뛰다 보면 덩달아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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