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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가수 고운봉씨 별세

중앙일보

입력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 맺힌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신을 신던 그날도, 지금은 어데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 ( '선창' 중에서)

원로 가수 고운봉(高雲峰.본명 高明得.사진) 씨가 1일 오후 2시20분쯤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81세.

192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高씨는 지난달 30일 별세한 '알뜰한 당신' 의 황금심(黃琴心) 씨와 함께 해방 전후 서민들의 가슴을 적신 대표적 가수 가운데 한명이었다.

高씨는 조선악극단 활동 등을 거쳐 42년 '선창' 을 발표하면서 가수로 본격 데뷔했다. 비내리는 쓸쓸한 부두를 배경으로, 임이 떠나고 없는 서글픈 상황을 구성진 멜로디에 담아낸 '선창' 은 고 남인수(南仁樹) 씨의 '울어라 쌍고동' , 고 이난영(李蘭影) 씨의 '목포는 항구다' 등과 더불어 항구와 관련된 대표적인 가요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고 있다.

'선창' 외에도 '백마야 가자' '명동 블루스' '남강의 추억' 등 우수가 짙게 깔린 노래로 기억되고 있는 그는 특히 적당한 울림이 근사한 목소리의 소유자였으며, 깔끔하고 점잖은 창법으로 여성팬은 물론 남성팬들에게도 깊은 호소력을 발휘했다.

김광진(金光鎭)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은 "자상한 성격으로 후배 가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었다" 며 애통해했다. 高씨는 지난해까지도 KBS '가요무대' 에 가끔 출연하는 등 비교적 건강했으나 지난 3월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가요 발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95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문화체육부장관상, 98년 옥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엔 그의 고향인 충남 예산 덕산온천 안에 노래비 '선창' 이 제막됐다.

발인은 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병원. 장지는 파주 순복음교회 공원묘지로 예정됐다. 가수장으로 치러진다. 02-3010-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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