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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의 도마 위에 오른 FBI의 첨단 컴퓨터 감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특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범죄 용의자의 컴퓨터 감시와 e-메일 도청 등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최첨단 컴퓨터 감시 기술이 법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30일 뉴저지 연방법원에서 열리는 니코데모 S. 스카포 2세의 조직범죄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 이 재판이 온라인 시대의 수사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FBI는 스카포 2세의 집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뒤 컴퓨터에 특수 프로그램을 설치, 그가 두드리는 자판 내용을 모두 도청했으며 이를 토대로 그를 연간 500만 달러 규모의 불법 마권영업과 고리대금업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스카포 2세의 변호인들은 FBI가 도청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FBI의 행위는 불법도청이며 이를 통해 얻은 증거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 전자 개인정보센터의 데이비드 소벨은 ''이는 정부가 감독이나 책임감 없이 비밀 감시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알고 있는 `빅 브라더''의 개념과 거의 일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FBI는 스카포 2세의 컴퓨터에 저장된 불법 도박과 고리대금업 기록을 해독하려했으나 그가 `PGP(Pretty Good Privacy)''라는 강력한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해독에 실패하자 키보드 기록을 모두 도청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스카포의 변호사는 ''FBI가 스카포가 사용한 모든 기록을 도청했기 때문에 수사에 필요없는 사적인 e-메일까지 도청, 개인정보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도청방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로버트 J. 클리어리 연방검사는 ''이 감시장치는 경찰의 매우 민감한 수사 및 정보 수집 장치''라며 ''공개돼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법무부의 컴퓨터 범죄 부서 책임자였던 마크 래시는 ''이 장치가 스카포가 두드린 키포드 내용을 e-메일이나 전파로 경찰에 보냈다면 도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도청허가는 수색영장보다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경찰이 도청허가를 받으려면 범죄와 관련된 내용만 선별적으로 도청하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FBI측은 이번에 사용한 장치는 키보드 사용 기록을 실시간으로 경찰에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FBI는 키보다 감시 외에도 `템피스트(TEMPEST)''라는 시스템으로 주차장에서 집안에서 작동 중인 컴퓨터 모니터 내용을 알아낼 수 있으며 `카니보어''라는 장치로 용의자가 사용하는 인터넷 내용이나 e-메일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점점 고도화 돼가는 첨단 컴퓨터 범죄에 맞서 FBI가 어떻게 첨단기술로 맞서면서 수사를 해나갈 것인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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