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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랜디 존슨, 놀란 라이언 기록 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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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나이가 있을까?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든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메이저리그에는 바로 이러한 표현이 적절하게 어울릴 만한 선수가 한 명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이스인 랜디 존슨이 그 주인공이다.존슨이 이제까지 쌓아올린 기록들을 눈여겨 본다면 그에 대해서 이러한 찬사로써 표현하더라도 결코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상했던 3번의 사이영상 중에서 2번의 사이영상을 35세가 넘어서 수상했고 4번에 걸쳐 기록한 한 시즌 3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 중에서 3번의 이 기록을 35세 이후에 달성했던 존슨이라면 이 말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의 존슨이 올시즌에는 또다른 도전을 향해서 뛰고 있다.1973년 놀란 라이언이 작성했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인 383개가 바로 그것이다.

7월 30일(한국시간) 현재 존슨이 기록하고 있는 탈삼진수는 251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팀동료 커트 실링의 기록이 184개이니 존슨은 실링보다도 무려 67개가 더 많은 삼진을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2위 실링부터 5위 하비어 바스케스(몬트리올 엑스포스)까지의 격차가 겨우 39개밖에 되지 않는다면 존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또 한 번 느낄 수가 있다.

그러나 존슨이 많은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존슨이 지금까지 투구한 162이닝은 실링보다도 3과 3분의 2이닝이 적은 투구이닝이며 리그 탈삼진 7위까지의 선수들 중에서 케리 우드(시카고 컵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이 150이닝 이상을 던졌다.

놀란 라이언이 27년간 뛰면서 기록했던 통산 5714개의 탈삼진은 불멸의 기록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탈삼진과 관련된 라이언의 다른 기록들은 그렇지가 않다. 이미 지난 시즌 라이언이 보유한 3년 연속 300탈삼진의 대기록이 존슨에 의해 다시 이루어졌듯이 라이언이 가진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이라는 대기록도 그렇게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존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존슨이 지금까지 기록한 251개의 탈삼진은 23경기,162이닝을 던지면서 달성된 탈삼진 개수이다. 만약 존슨이 올시즌에도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250이닝 정도를 던진다고 가정한다면 그가 올시즌에 달성할 수 있는 탈삼진 개수는 385개로 추정된다. 거의 30년 가까이 도전을 불허했던 라이언의 기록이 올시즌에는 깨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그러나 존슨의 이 도전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2년전이었던 1999시즌에도 존슨의 이 도전은 있었다.하지만 당시 존슨은 36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고 이 부문 역대 4위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두 번의 실패는 팬들이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큰 고통이라는 것을 존슨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존슨은 올시즌에는 2년전과는 다른 추세를 보여 주고 있다. 1경기 2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그리고 구원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했던 존슨은 최근 등판한 2경기에서도 각각 14개와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기록 경신의 희망이라는 팬들의 이 기대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올시즌 존슨이 라이언의 기록을 깨게 된다면 그는 또한 샌디 쿠팩스가 1965년에 기록했던 내셔널리그 한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인 382개까지도 같이 경신하게 된다. 일석이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이다.

쿠팩스는 존슨이 1992년부터 1995년까지 4년 연속으로 아메리칸리그 탈삼진왕에 오르기 정확히 30년전이었던 1962년부터 1965년까지 4년 연속으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던 역사상 최고의 좌완투수였다. 영웅들은 이처럼 대기록의 작성에 있어서도 숙명적인 좌표를 창출하는 것처럼 쿠팩스와 같은 내셔널리그로 이적한 존슨이 올시즌 쿠팩스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면 그는 또한 최고의 좌완투수계보를 잇게 되는 영광까지도 얻게 될 것이다.

지난 시즌, 3000탈삼진의 고지를 밟았던 존슨은 올시즌에는 라이언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경신과 함께 라이언도 이루지 못한 4년 연속 300탈삼진이라는 대위업까지도 눈앞에 두고 있다. 존슨은 아마도 노장이라는 말을 거부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존슨의 모습이 그가 가진 진면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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