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공정위에 사법경찰권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사법경찰권(강제조사권)을 부여하고, 금융기관 계열분리 청구제를 공정거래법에 신설하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강력한 재벌.금융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액주주 임원선임권 강화 … 財界선 "규제 완화해야"

공정위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면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재벌을 강제 조사할 수 있게 된다. 또 재벌 소속 금융기관의 계열분리 청구제는 관련 재벌이나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하다 금융기관이 부실화하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 자율에 맡겨온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주식 1주당 선임 임원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것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액주주 대표가 이사회에 진출하기 쉬워진다.

이 같은 방안은 5일 본지가 입수한 인수위 경제분과의 '재벌.금융 개혁 방안'에 포함돼 있다. 이 안은 재벌소속 금융회사들이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해 피해기업이나 소비자 단체가 불공정 행위를 한 재벌과 기업을 직접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인수위는 또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들을 대폭 없애 재벌의 계열사에 대한 출자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합하며, 상속.증여세제에 완전 포괄주의 과세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인수위는 사외이사를 과반수 확보해야 하는 적용 대상을 상장.등록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입법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손병두(孫炳斗)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4일 평화방송 시사프로에 출연, "대기업과 재벌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제는 대기업과 재벌을 구분하는 것보다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