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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공룡, 중국이 뜬다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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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규모다. 13억 인구의 구매력은 국내 기술 시장을 건설하는 대형 전초기지가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29개 이동전화기 생산업체들은 올해 생산량이 2억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동전화를 구입한 중국인은 전체 인구의 7%에도 못미친다.

그리고 수백만명의 값싼 노동력과 중국 각 대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엔지니어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IT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인도의 한 산업무역단체는 최근 중국이 인도의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개발 수주국 지위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보기술 분야에 크게 의존하며 수출지향적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점점 빠른 속도로 제조업에서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메릴린치 분석가 댄 헤일러는 "일부 중국 공장들은 최고의 품질을 갖추고 세계적인 규모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용 중국은 또 기술산업에 맞춰진 외국의 투자 자본을 흡수하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 ABN 암로는 이번달 초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구조개혁에 착수함에 따라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동남아 국가들보다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미국 조사기관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4백30억달러의 투자액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중국은 분명히 외국자본의 흥미를 끌고 있다. 상당한 투자액이 중국으로 향할 것이고 이는 동남아 국가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타 중소 국가들은 상대도 안된다. 베트남처럼 기술산업에 뒤쳐진 국가들은 첨단기술단지가 한두개에 불과하다. 중국은 무려 53개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2003년까지 광대역망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매년 2만명의 중국 학생들이 해외의 일류대학에 진학한다.

현대적인 경제 건설에 기여하기 위해 귀국하는 유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움직임을 더욱더 육성시키려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마련한 1억2천만달러의 기술혁신기금의 일부를 귀국하는 학생들이 설립하는 기술기업들을 위해 따로 준비해 놓는다.

중국은 1998년 말 당시 7만개 이상의 중소형 첨단기술 기업을 보유했다. 현재 항구도시 다롄(大連)에만 6백개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신생기업이 실패한다. 우수한 경영진과 민간 자본투자가 부족하다. 주식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아직 낙후돼 있고 부패했으며 신생 기업들에게 비우호적이다.

중국의 IT 시장 규모는 1백62억달러에 달했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합작사업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NEC, IBM 등의 다국적 대기업들에게 흘러간다.

중국 혼자 힘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공장과 연구시설을 설립하기 위해서 해외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중국은 소형 반도체칩을 생산하고 모든 디지털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나 13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은 모두 한 세대 뒤진 기술을 받아들인 외국과의 합작 사업이다.

중국의 자체 IT 연구는 광물리학 등 상당히 뛰어난 분야가 많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킹 기술같은 핵심 분야에서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적재산권이 존중받지도 못하고 법적인 보호도 많이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컨설턴트이자 ''디지털 중국의 부상''의 저자 에드몬드 웡은 "원천 기술 연구나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중국은 최소한 5년동안 서구에 큰 위협에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작사업은 지식과 기술을 중국 기업들에게 주고 대신 낮은 무역장벽과 세금, 그리고 신흥 시장 접근의 이점을 얻으려는 해외 기업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다. 임박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약속한다. 대형 기업들은 저렴한 중국산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깊숙히 진출하려 한다.

중국은 아직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IT 기업을 갖고 있지 않다.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수출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저렴한 대안 제품으로 사들이는 게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기술 기업 레전드 컴퓨터는 세계 진출의 야심을 갖고 있다. 이 기업은 유럽에 랩톱 컴퓨터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의 미디어 기업 AOL 타임워너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레전드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국내시장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다 해도 IBM, 컴팩 등의 기업들은 레전드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 소재 IDC 리서치의 경영분석가 켄 시에는 레전드가 중국본토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의견에 피식 웃는다.

시에는 "레전드가 아직 멀었다는 말을 5년 전에 했다면 옳았을 것"이라며 "레전드는 지난 3년간 1위였다. 이 회사는 컴팩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해서 이런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제 여기에 적응할 때가 됐다.

JIM ERICKSON (Asia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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