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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지원정책, 무슨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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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혜숙(左), 고동환(右)

학자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학술단체(학회)에서 펴내는 학술지다. 전공별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학계의 저수지’ 역할을 한다. 그 저수지에 물을 대는 방식을 놓고 교과부와 학계가 대립하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 8월 공고한 ‘우수학술지 지원제도’에 대한 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문학총연합회(이하 인문총·대표회장 김혜숙 한국철학회 회장)는 26일 서울 YWCA회관 대강당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우수학술지 지원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역사 관련 학회 협의체인 전국역사학대회 협의회도 26∼27일 대전광역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제55회 전국역사학대회(대회장 고동환 한국역사연구회 회장)를 열고 정부의 우수학술지 지원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 “세계적 학술지 필요”=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98년부터 시행해온 ‘등재지 제도’는 학술지들의 생명줄이었다. 한국연구재단에 등록된 학술지를 등재지라고 부른다. 등재지를 펴내는 학회에 1년에 300만~700만원을 지원했다. 이 지원금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2012년 현재 등재지와 등재 후보지를 합쳐 2100종이고, 이 가운데 인문학 학술지는 513종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이 같은 등재지 지원이 2014년부터 폐지된다. 그 대신 올 연말까지 인문학 분야에서 ‘우수 학술지’ 7종(예술·체육 포함)을 선정하고, 내년에 5종을 더 뽑아 모두 12개 학술지만을 장기적으로 연 1억원 이상씩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세계적 인문학 학술지를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학계 “연구 다양성 인정을”=98년 56종이던 등재지 는 2011년 2060종으로 늘었다. 정부 지원금이 등재지 난립과 학술지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학계는 등재지에 실린 논문이어야 연구업적으로 평가되는 현실 속에서 학술지 증가는 필연이라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학계는 연구의 다양성 위축을 우려한다. 12개 우수 학술지에 돈을 몰아주겠다는 발상은 학자들의 자발성과 자긍심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각 대학의 교수업적평가에 대단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혜숙 회장은 학술지 지원의 이원화를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재원이 마련될 때까지는 우수학술지 선정과 지원 작업을 유보하고, 학계와의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동환 회장은 “학회 난립이란 지적은 말도 안 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학계의 자정 기능을 믿고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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