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 내수불황 지속에 몸살

중앙일보

입력

휴대폰, 네트워크, 유.무선전화기 등 통신장비업계가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다.

27일 통신장비업계에 따르면 관련업체들은 경기침체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 뚜렷해지면서 매출부진에 시달리면서 활로개척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특히 네트워크 부문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600만명을 넘어서면서 내수포화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 관련업체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동통신과 네트워크를 비롯한 정보통신 부문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사업자들의 과감한 설비투자와 통신망 증설에 힘입어 안정적인 내수 성장기반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경기위축 및 신규투자 감소로 인해 국내 정보통신 장비업계는유례없는 위기에 처해있다는게 업계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 이동통신단말기 업계= 휴대폰은 지난해와 대비해 올 상반기 판매량이 27.8%감소했다.

4월부터 여린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1분기에 269만대를 기록했던 판매량이2분기에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399만대까지 회복됐으나 최근 정통부가 단말기보조금 폐지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판매량이 완연히 회복될지 불투명하다.

소비자들이 극심한 경기침체속에서 구형단말기를 수십만원대를 호가하는 cdma2000 1x 등 신형으로 교체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다만 지배적 무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 축소에 성공한 뒤가입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cdma2000 1x 서비스가 본격 궤도에 오름에 따라 발생할신규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에 근접했기 때문에업체들이 사실상 해외시장 진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네트워크 업계= 네트워크 업체들은 하반기부터는 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극심한 경기위축이 장기화되자 아예 내수시장보다는해외쪽으로 눈길을 돌린지 오래다.

기가링크, 다산인터네트, 미디어링크, 한아시스템 등 네트워크 장비업체는 중국,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 진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태다.

케이디씨정보통신과 콤텍시스템과 코리아링크, 에스넷 등 네트워크통합(NI) 업체들도 수출관련 부서의 인력을 충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중인 것으로알려졌다.

이와 함께 신규사업 개척 및 부가서비스 개발 등 사업영역의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중이다.

NI업체인 데이콤 아이엔은 위성 인터넷서비스 및 디지털방송 관련 분야진출을시도중이며 네트워크 관련 종사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전문 자격 교육사업을 추진, 매출증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KDC정보통신(대표 김진흥)과 콤텍시스템도 네트워크 구축 및 단순 유지보수 등기존의 서비스를 확대해 서버관리 및 애플리케이션까지 담당해주고 정기적으로 컨설팅까지 제공해주는 종합서비스인 MSP(종합관리서비스)서비스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중 KDC정보통신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국내에서 MSP서비스 확산이 쉽지 않을것으로 판단, 현재 중국을 비롯한 해외 MSP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중이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타국가들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경기침체를 겪고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이 큰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봐야 한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KDC정보통신 관계자는 "모든 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매진하고 있으나 부진한내수경기를 해외에서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 유.무선 전화기 업계= 유.무선전화기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97만대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 181만대가 팔려 휴대폰이나 네트워크 부문에 비하면 그나마 판매량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상반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됐던 발신자정보표시(CID)전용 단말기 시장은 경기 침체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꽁꽁 얼어붙어있는 상태다.

특히 한국통신이 당초 공표한 70%선의 망구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다수의 중소 CID단말기업체들은 부도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데이콤 콜투게더 등 13개 중소 CID단말기업체들의 모임인 발신자정보표시 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말까지 회원사 중 9개 회사의 경우 완제품 및 반제품 재고량이각각 37만7천대, 43만3천대에 달해 현재 총 200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값싼 중국산 단말기까지 대량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설상가상으로 CID단말기업체들의 고민은 더해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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