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부진털고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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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만큼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습이 거센 시기도 드물다.

개봉하기 몇 달 전부터 관심을 모아왔던 '진주만' '툼 레이더' 를 비롯, '쥬라기 공원3' '미이라2' 등 흥행작의 속편들이 속속 극장가를 완전 점령할 것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그 파상공세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적지 않은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으긴 했으나 할리우드 영화들은 '신라의 달밤' 에 최대 흥행작 자리를 내준 채 서울 관객 1백만을 겨우 넘기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 록' 의 제리 브룩하이머(제작자) .마이클 베이(감독) 군단이 다시 힘을 합쳐 1억4천5백만달러라는 단일 스튜디오 사상 최대 제작비를 쏟아부은 '진주만' 은 서울 1백10만명, 전국 2백40만명 정도의 관객을 기록했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툼 레이더' 의 성적은 이에도 못미친다. 컴퓨터 게임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비주얼만 그럴 듯하게 만들어진 반쪽짜리 영화에 불과했다. 관객 동원에서도 서울에서 50만명 선에 그쳤다.


이에 비해 '미이라2' 의 선전은 돋보인다.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 치고는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 1백만명, 전국 2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할리우드 대작이라면 '혹성탈출' 과 'A.I' 를 꼽을 수 있다. '진주만' 이나 '툼 레이더' 못지 않게 개봉 전부터 관심이 높은 편이어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으리란 조심스런 관측이 나온다.

왜냐하면 스티븐 스필버그( 'A.I' ) .팀 버튼( '혹성탈출' ) 이란 거장들이 내놓는 작품이라 영화의 짜임새에선 앞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들보다 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데다가 여름 성수기 중에서도 8월은 '의외' 의 대박 영화가 자주 나오는 시기라는 점 등도 작용하는 까닭이다.

'A.I' 는 1999년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이 추진했던 미완의 프로젝트를 스필버그가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감정을 지닌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인간에 의해 창조됐지만 인간에게 버림받은 소년 로봇의 꿈과 사랑을 모티브로 한 SF 팬터지다.

제작진은 진지한 주제 외에도 경이로운 특수효과가 빚어내는 엄청난 볼거리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역은 '식스 센스' 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로봇과 여정을 함께 하는 남창 역은 '리플리' 의 주드 로가 맡았다. 개봉은 8월 10일.

팀 버튼의 '혹성탈출' 은 1968년 찰튼 헤스턴 주연으로 선보였던 '혹성탈출' 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천여명의 엑스트라가 출연, 그 중 수백명이 유인원 연기를 할 이 작품에는 총 1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배트맨' '그린치' 등에서 특수분장을 담당한 릭 베이커가 배우들에게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박중훈과 '찰리의 진실' 에서 함께 출연하는 마크 월버거가 주연을 맡았다. 8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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