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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영화는 '폭소 천국' TV는 '사극 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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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을 맞은 대중문화계는 야심으로 가득차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겠다는 다짐이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하지만 그럴수록 볼 거리.들을 거리.느낄 거리를 푸짐하게 담아 한 상 차려내겠다고 한다. 영화.방송.가요.애니메이션 등 장르별로 어떤 잔칫상이 마련되고 있는지, 그 주방을 미리 살짝 들여다봤다.

*** 영화/코미디 천하?

현재 충무로에서 제작.기획 중인 코미디는 모두 20여편. 이제 코미디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할리우드도 이점을 주목했다. '조폭마누라''엽기적인 그녀' 등 최근 할리우드에 시나리오가 팔린 영화는 코미디 일색이었다. 아이디어가 새롭다는 것이다. 문제는 웃음의 깊이와 종류다. 소재의 다양성 확보도 절박한 과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올해 찾아올 코미디는 복합 장르적 성격이 강한 편이다.

상반기 예상 화제작을 훑어보면,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한 청년의 황당무계한 얘기인 '지구를 지켜라'(감독 장준환)는 SF 상상력을 도입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손경식)는 윤락녀가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내용으로, 최근 급변한 한국 정치판을 풍자할 작정이다.

'선생 김봉두'(장규성)는 시골 오지에 부임한 저질교사가 개과천선한다는 줄거리의 휴먼 코미디며, '동갑내기 과외하기'(김경형)는 스물한살 대학생 과외선생과 고등학생 제자간의 해프닝을 다룬 코믹 멜로극이다.

하반기에도 '귀여워''마루치 아라치''황산벌''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목포는 항구다' 등이 관객을 웃길 태세다. 지난해 4백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한국 영화계의 체질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 방송/사극 열풍 다시 불까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KBS '태조 왕건'과 SBS '여인천하'가 지난해 상반기 막을 내린 뒤 각 방송사는 사극에서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각 방송사는 올 한해 각각 50부작이 넘는 대하 사극을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선보일 대하 사극들은 무신.궁녀.여자 어의(御醫) 등 그간 사극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소재의 캐릭터를 채택했다.

KBS는 '태조 왕건''제국의 아침'에 이은 고려사 시리즈 3탄인 '무인시대'를 2월 8일부터 방송한다. 총 1백50부작으로 고려 중기 무인들이 정권을 잡은 90여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SBS는 '야인시대' 후속으로 80부작 대하사극 '왕의 여자'를 7월 중순 방영한다. '여인천하'의 김재형 PD와 유동윤 작가가 다시 뭉쳤다. 선조와 광해군 두 부자(父子)를 사랑한 궁녀 개시를 중심으로 당대 정치 상황을 밀도있게 그릴 예정이다.

지난해 월화.수목 드라마 대부분을 미니시리즈로 채웠던 MBC가 오랜만에 50부작 대하 사극을 마련했다. 오는 8월 중순께 방영될 '대장금'은 조선 중종 때 궁중 요리사로 입궐해 혼신의 노력 끝에 어의가 되는 입지전적인 여성인 장금의 일대기를 다룬다.

*** 대중음악/라이브 후끈

지난해 음반업계에는 찬바람이 불었지만 공연장은 그런대로 따뜻했다. 이 현상은 올해에도 그대로 이어질 듯하다.

'록의 전설' 롤링스톤스가 드디어 한국을 찾을 것 같다. 기획사(SJ엔터테인먼트)는 오는 3월 27~28일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홍콩 공연이 같은 날로 잡혀있어 일정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록그룹 시카고가 오는 2월 4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의외의 인물도 있다. 오는 3월 7일께 공연무대를 가질 영국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다. 1969년 이화여대에서 열린 무대는 아직도 올드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전설'이다.

재즈와 월드 뮤직 공연도 많아진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디디 브리지워터(DeeDee Bridgewater)가 오는 3월 5일 LG아트센터에서, 재즈.솔 보컬리스트 알 자로(Al Jarreau) 역시 같은 달 4,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오는 9월 4, 5일 있을 아르헨티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내한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윤도현밴드.자우림.체리필터.레이지 본 등 국내 록그룹의 라이브 무대 열풍 역시 올해에도 이어질 듯하다. 이제는 음악팬도 음반을 사서 듣는 것으론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공연장의 열기를 느끼는 '참여형'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 애니/SF 대작 퍼레이드

올해 줄줄이 개봉될 국산 애니메이션의 면면을 보면 예쁜 동화책 그림을 옮겨온 듯한 '오세암'이나 명랑액션 '망치'도 기대작이지만 대세는 공상과학(SF)물이다.

우선 '원더풀 데이즈'(감독 김문생.제작 양철집)가 4월 25일 개봉된다. 오염된 지구를 되살리려는 미래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제작비 1백26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이 향후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완성된 컴퓨터 3D 작품 '엘리시움'(감독 권재웅.제작 빅필름)은 해외에서 먼저 상영됐다. 지구로 돌진하는 거대 행성 엘리시움을 막기위한 지구 방위군의 모험에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섞었다. 미국과 일본 배급이 1월중 결정될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올 여름 상영된다.

우위썬(吳宇森)감독이 감수를 맡은 컴퓨터 3D 작품 '아크'(감독 황효선.제작 디지털드림 스튜디오)는 후반 과정을 마치는 대로 미국에서 먼저 상영한 뒤 올 가을 국내팬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종족간의 싸움으로 행성이 파괴될 위기에서 한 소녀가 구원의 여신이 된다는 내용이다.

대중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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