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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비하' 발언…문재인 정체성 논란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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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25전쟁 때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라고 부른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번엔 예비역 단체와 예비역 장성 출신 의원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국회 국방위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장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민간업체가 민족반역자인 백선엽 장군과 관련된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국방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었다. 이 발언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논란을 키우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고 있다.

 황진하·정수성·한기호 등 군 장성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은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김 의원을 비례대표로 선정한 민주당은 김 의원과 생각을 같이하는지 분명히 밝히고, 그를 비례대표로 선정한 책임을 지고 백 장군에게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6·25전쟁 당시 구국의 전쟁영웅을 민족의 반역자로 둔갑시킨 발언은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패륜적 망언”이라며 “김 의원은 백 장군을 민족반역자로 제시한 근거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백 장군은 독립군을 토벌한 바가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했다.

 또 이날 6·25참전유공자회(회장 박희모)는 문 후보의 사무실 앞에서 ‘백선엽 장군 비하 발언 규탄대회’를 하고 김 의원의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도 23일 성명을 내고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로 비하한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향군은 “백 장군은 6·25전쟁을 몸으로 막아낸 영웅이자 국군을 오늘의 강군으로 재건한 주역”이라며 “김 의원의 비하 발언은 군 후배와 국민, 미군 장병을 모독하는 것이고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가 연일 실력행사를 함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이어 김 의원의 발언도 민주당 문 후보에겐 부담스러운 안보 이슈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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