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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생명공학현장] 유전자지도 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세기 실리콘밸리가 창조한 정보기술(IT) 산업의 영광을 21세기에는 `270 바이오테크 코리도(Biotech Corridor)''가 생명공학(BT) 산업으로 재현하자"

최초의 복제 포유동물인 `돌리'' 탄생과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와 생명공학벤처 셀레라 제노믹스(Celera Genomics)의 인간 게놈지도 완성으로 불기 시작한 바이오 바람을 타고 세계 곳곳에서 바이오밸리가 미래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와 록빌,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등 대규모 생명과학 연구기관이나 대학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들어서면서`바이오밸리''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도 우수한 생명과학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케임브리지대학 주변과 스코틀랜드 로슬린연구소 주변 등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바이오밸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의 바이오밸리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바로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서록빌을 잇는 270번 고속도로를 따라 형성된 일명 `270 바이오테크 코리도''로 현재바이오 벤처기업만 300여 개에 이르며 종사자는 2만 명이 넘는다.

베데스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산하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미국 생명과학 연구의 메카이며 인간 게놈지도 연구에서 국제 공공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의 핵심기관인 미 인간게놈연구소(NHGRI)도 이곳에 있다.

록빌에는 HGP와 인간 게놈지도 작성에서 경쟁을 벌이며 세계적인 생명공학 벤처기업으로 발돋움한 셀레라 제노믹스와 유전정보를 이용한 신약개발 분야에서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휴먼게놈사이언스(HGS)가 있다.

인간 게놈지도 연구를 주도한 상징적인 기관 NHGRI와 셀레라가 있는 베데스다와록빌을 잇는 270번 도로를 따라 수백 개의 바이오벤처가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도 그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70 바이오테크 코리도''가 대표적인 바이오밸리로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NIH와 식품의약청(FDA), 존스홉킨스대, 메릴랜드대 등 세계적인 생명과학 연구 및 교육기관이 자리잡고 있어 생명과학 연구 인력과 장비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릴랜드 주 정부가 바이오산업 전담부서까지 설치하며 관내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연구성과의 산업화를 적극 지원하면서 `270 바이오테크 코리도''가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밸리로 성장했다.

`270 바이오테크 코리도''와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바이오밸리는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의 케임브리지와 워체스터 일대이다.

이곳 역시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매사추세츠대 등 첨단 생명공학 연구시설을 갖춘 대학들과 연구소, 이곳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연구인력이 결합해 도시전체가 바이오밸리화되고 있다.

미국 북동부지역에서 연구 중인 재미 생명과학자모임인 `뉴잉글랜드 한인 생명과학협회'' 회장인 홍영권 박사(하버드 의대)는 "최근 케임브리지 지역에서는 사무실이나 주택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질 정도로 바이오벤처 창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바이오밸리의 대표주자는 유전정보를 활용한 혁신적 신약개발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밀레니엄 파머수티컬(Millennium Pharmaceuticals)과 체세포 복제와 형질전환동물 연구로 유명한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ACT)를 꼽을 수 있다.

밀레니엄사는 게놈정보를 이용해 평균 15년과 5억 달러가 들던 신약개발 기간과비용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획기적인 사업모델을 제시, 시사주간지 `타임'' 등이 미래제약산업을 이끌 선도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일대와 스코틀랜드 로슬린연구소 부근도 미국의 `270 바이오테크 커리도'', `매사추세츠 바이오밸리''와 함께 대표적인 바이오밸리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주변에는 대학 내 생명과학 관련 연구소와 함께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핵심 연구기관 중 하나인 생거센터, 민간 바이오 연구소인 바라햄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바이오벤처가 활동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생명과학연구소 소장 크리스 로우 교수는 "영국은 1980년대부터바이오테크 비전을 준비해 왔다"며 "대학에서 이뤄지는 생명공학 연구도 민간기관공동연구 등을 통해 산업화를 모색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고 말했다.

로슬린연구소도 내부 연구원 창업을 지원하고 바이오 벤처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로슬린바이오센터라는 벤처기업 지원센터를 설립해 임상시험 관리회사와 벤처캐피털 등을 유치하는 등 연구성과의 산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구소의 이런 바이오벤처 지원정책은 연구소의 기술을 지원받아 창업한 PPL 세러퓨틱스와 제론 바이오메드 등이 줄기세포 생산을 위한 체세포 복제와 인체이식용장기 생산을 위한 형질전환 동물 개발 등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등 큰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밸리들이 대부분 생명공학 연구 및 인력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반면 영국에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바이오밸리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영국은 1999년 8월 과학장관 세인스버리 경의 주도로 미국의 바이오밸리를 직접방문조사해 바이오벤처 밀집단지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보고서인 `생명공학 집단지( Biotechnology Clusters)''를 내놓는 등 바이오밸리 육성에 정부가 적극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 보고서에서 바이오밸리가 발달하는데 필요한 10가지 요소로 ▲견실한 과학기반 ▲대학.연구기관의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 ▲모델기업과 성장하는벤처기업 공존 ▲인력 유인요소 ▲자금지원 ▲인프라의 뒷받침 ▲사업 지원 서비스▲숙력된 노동력 ▲효율적인 네트워킹 ▲정책적인 지원 등을 꼽았다.

세인스버리 과학장관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많은 생명공학 기업을 설립하는데성공했으며 이제는 이 기업들이 튼튼하게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바이오테크 단지가 성공을 거두려면 과학적 기반을 지원하고 벤처캐피털이 기업으로 유입되도록장려하고 그런 단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데스다<美메릴랜드주>=연합뉴스)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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