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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카지노 재벌, 자라 창업자 … 올 재산 증가율 1,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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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계속되는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불황은 세계의 억만장자들에게도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주식 및 자산 시장은 전형적인 ‘초피 마켓(Choppy Market)’이었다. 변덕스러운 파도처럼 끊임없이 출렁였다. 어떤 부호나 기업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시장을 세속의 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의 100대 부호 중 올 들어 신의 은총을 가장 크게 받은 인물(증가율 기준)은 누구일까. 23일 블룸버그통신의 억만장자지수(주식 보유액 기준)에서 따르면 홍콩의 K.Wah그룹 오너인 루처우였다. 그의 주식지분 가치는 올 초 58억 달러였던 것이 22일 현재 99억 달러(약 10조9800억원)로 70.6%(41억 달러)나 늘었다. K.Wah그룹은 마카오 카지노 회사인 갤럭시 등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카지노 사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가 최근 되살아났다. K.Wah그룹 매출은 올 상반기 중 2배나 늘었다. 애초 루처우는 건설자재 납품업자였다. 사업 수완을 발휘해 부동산 개발과 카지노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엔 금융과 호텔 운영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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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로 재산을 불린 인물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자라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 가오나 전 회장이다. 올 들어 재산이 49%(173억 달러)나 증가했다. 그의 재산은 526억 달러다. 재산 증가율이 아닌 증가 금액으로 따지면 그는 올해 톱이다. 하루 약 6000만 달러(약 660억원)씩 불었다. 가오나의 딸인 산드라 메라의 재산도 11억 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자라의 주가가 올 들어 50% 넘게 오른 사이 스페인 실업률은 20%를 넘었다”고 전했다. 재산 증가율 3위는 브라질 재벌 조르지 파울루 레만이다. 그의 재산은 48.7%(60억 달러) 증가했다.

 4위는 상속 부호가 차지했다. 바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창업자의 부인 로런 잡스다. 애플 주가가 올 들어서도 계속 치솟은 바람에 재산이 43.4%(33억 달러) 증가했다. 그녀의 재산은 109억 달러로 세계 85위다.

 한국인 중 유일하게 100대 부호에 든 이건희 삼성 회장도 올해 재운이 좋다. 지분 가치가 8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25%(20억 달러) 늘었다. 증가율로 따져 22위다. 삼성전자 주가가 꾸준히 오른 덕분이었다.

 반면 시장이란 신은 멕시코 재벌 리카르도 살리나스에게 가장 싸늘했다. 올 들어 그의 재산이 207억 달러에서 112억 달러로 45.8%(95억 달러)나 줄었다. 그가 거느린 멕시코 소매금융그룹인 엘레크트라의 주식 가치가 50% 넘게 폭락해서다. 이 회사는 파생금융상품을 잘못 건드려 큰 손해를 봤다.

 재산 감소율 2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 대박을 쳤던 존 폴슨이다. 헤지펀드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인 그는 올 들어 재산이 35.5%(65억 달러)나 줄었다. 올 초 183억 달러에서 현재 118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재정위기 때문에 미 재무부 채권 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베팅했으나 값이 정반대로 뛰어버린 게 화근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연의 일치지만 금융시장을 잘못 예측한 살리나스와 폴슨이 재산 감소 1위와 2위를 차지했다”고 평했다. 재산 감소 3~5위엔 인도 정보기술(IT) 거부인 아짐 프렘지, 브라질 광산재벌 에이케 바티스타, 홍콩 귀금속 부호 청유퉁이 올랐다.

 한편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주가 폭락으로 재산이 80억 달러 이상 줄어 세계 100대 부호 명단에서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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