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만원 버는 직장인, 국민연금 23년 부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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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좋다고 해서 얼마 전에 가입했어요. 남편과 내 예상 연금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니 노후자금으로 충분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19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국민연금공단 관악동작지사를 찾은 강춘옥(54·여)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59)과 자신의 연금을 합쳐 약 47만원일 것이라는 설명 때문이다. 강씨는 노후 걱정 때문에 2010년 12월 처음 보험료(10만원)를 내기 시작했다. 2020년이 되면 매달 17만원을 받게 된다. 강씨는 “노후에 월 150만~200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연금(100만원)을 합쳐도 빠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노후소득보장 면에서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23일 국회 최동익(민주통합당)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일반적 형태의 연금(노령연금)을 받는 265만 명의 평균연금은 46만7580원에 불과하다. 노후 최소생활비(184만6800원·보건사회연구원 자료)의 25%에 불과하다.

 연금이 적은 이유는 가입기간이 짧아서다. 국민연금은 40년간 보험료를 내면 40년 월평균소득의 42.1%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30%에 못 미친다. 현재 연금가입자가 60세까지 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한다고 해도 평균납입기간은 22.6년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A값·월 189만원)을 올리는 사람이 2024년까지 평균기간(22.6년)만큼 보험료를 내면 월 55만여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자기 소득의 29.3%에 불과하다. 올해 새로 가입할 경우에는 24.4%로 더 떨어진다. 30~40년 가입하는 선진국과 다르다.

택시기사 최모(60)씨는 연금(72만원)에다 택시 수입을 합해 월수입이 200만원 정도 된다. 최씨는 “연금으로 세금 내고 대출금(100만원) 상환에 보탠다.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2007년 연금개혁을 하면서 보험료는 손대지 않고 평생소득 대비 연금 지급률(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깎은 점도 노후소득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보험료를 걷는 소득상한선(올해 389만원)을 1995년 이후 거의 손대지 않은 탓도 있다. 이 때문에 A값이 소득상승만큼 오르지 않아 노후 연금액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연구원(원장 김성숙)에 따르면 18~59세 국민 중 퇴직·개인연금에 들지 않고 국민연금(공무원연금 포함)에만 가입한 사람이 25%나 된다. 국민연금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임금상승률만큼 보험료 부과 과표소득 상한선을 올려야 연금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남윤인순(민주통합당) 의원은 “여성의 연금이 남자의 59%에 불과하다”며 “둘째 애를 낳으면 보험료를 1년 납부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첫째 아이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참여연대 등 22개 단체가 참여한 ‘국민연금 바로 세우기 국민행동’은 23일 “2007년 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이 노후 빈곤을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며 “소득대체율을 40년 가입기준 50%(지금은 40%)로 인상하자”고 요구했다.

◆A값=전체 연금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 올해는 189만원이다. 이 금액과 개인의 연금 납부액을 따져 노후 연금액을 결정한다. A값 때문에 저소득층이 득을 보는 소득재분배가 이뤄진다.

◆소득대체율(연금지급률)=연금액이 평생의 월 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2007년까지 60%에서 50%로 줄었고 2028년에는 40%가 된다. 40년 보험료 납부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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