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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페라리 사고' 함께 탔던 반라미녀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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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3월 18일 새벽 중국 베이징 시내를 질주하던 페라리 한 대가 다리 난간을 들이받았다. 현장에서 사망한 남성 운전자는 링지화(令計劃) 당시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의 아들 링구(令谷), 동승한 전라(全裸)와 반라의 미녀 2명은 중상을 입었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확산됐다. 8월 말 링 주임은 통전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고와 관련된 좌천성 인사라는 게 통설이다.

 홍콩 잡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사고 당시 생존했던 두 여성 중 한 명이 이후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고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페라리 동승자는 모두 25세의 칭하이성 출신 짱(藏)족 여성이었다. 한 명은 칭하이성 공안청 부청장의 딸 자시줘마(札西卓瑪). 그는 응급 처치 후 고향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았다.

 또 다른 이는 라마교 지도자(活佛)의 딸로 양지(楊吉)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반신 화상으로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가족들은 “담당의로부터 ‘고비는 넘겼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의식을 회복한 양지는 병원에서 ‘아이폰’으로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수다를 떨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후 공산당 간부가 그의 아버지를 찾아와 “딸이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게 하라. 전 세계가 사고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는 얼마 후 주사를 맞은 뒤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고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의사는 구체적 원인을 밝히지 않고 돌연사라고만 답했다. 이후 정부는 장례식 비용까지 대며 가족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 내부자의 전언을 통해 사건 전반에 당 고위층의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고 23일 보도했다. 사건 직후 중앙판공청의 감독을 받는 중앙경비국이 경찰 대신 사건 처리에 나섰다. 인터넷의 관련 기사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페라리’ ‘페라리 사고’는 검색어에서 차단됐다. 링구의 베이징대 학우들은 그가 ‘해외로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고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보고서를 쓴 소방관은 나중에 질책을 받고 카메라와 컴퓨터를 압수당했다.

 WSJ는 보시라이 사건 몇 주 후 터진 이 사건으로 지도부 간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보의 후견인으로서 궁지에 몰린 장쩌민 전 국가주석 파벌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심복 링지화를 맹렬히 공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링은 보에 비해 훨씬 논란이 적은 인물이고 현직 국가주석의 강력한 비호 덕분에 통전부장으로 옮기는 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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