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평생 모은 고미술품 650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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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선조의 향기가 묻어나는 고미술품을 여러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말년의 즐거움 중의 하나죠."

평생 수집한 서화.병풍.고문서 등 개인소장품 6백50점을 최근 대학 박물관에 기증한 김웅배(金雄培.61)목포대 총장. 그는 자신의 소장품들을 "처.자식보다 아껴온 것들이라 내놓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기증품은 글씨 및 그림 1백70점,병풍 37점,족자 11점,화첩 21점,고문서 3백80점 등이다. 이들 중에는 조선 말기 글.그림.글씨 등에 능해 삼절(三絶)로 불렸던 소치(小癡)허련에서 미산(米山)허형.남농(南農)허건으로 이어지는 3대의 작품을 포함해 대가(大家)들의 작품이 많다.

추사(秋史)김정희의 솜씨로 추정되는 '완석 글씨 병풍'은 감정가가 억대 이상이다.

金총장은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한 후 1969년 광주 중앙여고 교사 시절 고서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생활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전통에 대한 향수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그림과 책을 수집했다.

마음이 가는 그림을 발견하면 그 그림을 손에 넣어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80년대 말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으나 형편상 살 수 없어 애를 태우다 다른 사람에게 팔리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안타까워했던 기억도 있다.

20~30년 전에는 고서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 값싸게 구입할 수도 있었으나 너무 많이 사들여 가족들 모르게 빚도 많이 졌다고 한다.

그는 "이들 고서화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미적 쾌감과 마음의 위안을 줬다"며 "고미술품들을 통해 얻는 정신적 만족은 무척 크다"고 말했다.

당초 그는 개인 박물관을 지어 사회에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20년 이상 몸 담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기증키로 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가꿔온 분재 1백점을 교직원 휴식공간을 꾸미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고서화와 분재 등을 내놓고 한동안 허전했으나 결국 나눔의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며 "남아있는 다른 분재와 수석들도 정리가 되면 마땅한 곳을 찾아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81년 목포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도서문화연구소장.교무처장.대학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목포=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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